“잡스는 아주 효과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자신의 의무라고 믿었다.”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 에 담긴 내용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24일 25개국에 동시 발간되는 전기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저자인 월터 아이작슨은 잡스는 ‘놀라울 정도로 잔인한 말을 퍼붓는 독설의 대가’이지만 자신의 괴팍함을 견뎌준 회사 동료들에게는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보냈다고 전했다.
책에는 잡스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면전에서 “당신은 연임할 수 없다”고 단언한 에피소드가 소개돼 있다. 지난해 산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백악관에 초청된 잡스는 평소 자신이 인정하지 않던 인물들도 와 있는 것을 알고 불쾌해하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에게 퍼부은 독설은 더하다. 그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선보이자 “구글은 날강도이고 안드로이드는 훔친 물건”이라며 “내가 마지막 숨을 쉬는 순간까지, 애플 은행 잔액의 마지막 한 푼을 다 쓸 때까지 안드로이드를 파괴하겠다”고 비난했다. 그의 최대 경쟁자였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젊은 시절의 잡스에 대해 ‘근본적으로 이상하고 인격에 결함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애플의 산업디자인 부문 조너선 아이브 부사장에게는 “영적 파트너”라고 부르며 전적인 신뢰를 보냈다. 그는 “애플에서 나를 제외하고는 그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자신의 뒤를 이어 애플 CEO가 된 팀 쿡에 대해서는 “나보다 더 나은 협상가”라고 평가했다.
아이작슨은 전기에서 “아이브와 쿡 모두 잡스의 아이디어를 지지해야 할 때와 반대 의견을 내야 할 때를 잘 알고 있었다”며 “많은 사람이 잡스의 조급한 분노를 두려워했지만 둘은 잡스를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잡스는 전기에 자신을 부정적으로 표현한 내용이 들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화날까 봐 당분간 전기를 보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만약 살아 있다면 1년 후에나 읽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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