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랏끄라방과 방찬을 사수하라!”
대홍수와 사투를 벌이는 태국군에 특명이 떨어졌다. 홍수 피해가 수도 방콕의 북부지역까지 확산되자 군병력이 방콕 남동부 주요 외국기업 현지공장 밀집 지역에 긴급 투입됐다. 랏끄라방과 방찬, 두 공업지대는 수백 개 외국기업의 현지공장이 밀집한 태국 제조업의 심장부이다.
23일 태국 일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프라윳 찬오차 육군참모총장은 “랏끄라방과 방찬의 공업지대를 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랏끄라방에 투입된 태국군 병력은 3.2m 높이의 제방을 4.2m로 높이는 등 공업지대 사수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겠지만 성공할 지는 미지수”라는 찬오차 총장의 말처럼 군은 물이 제방을 넘을 경우 공장설비를 포기하고 인명구조 쪽으로 작전을 바꾸는 ‘플랜B’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앞서 군은 방콕 북쪽 아유타야와 빠툼타니의 주요 공업지대 사수에 투입됐으나 실패했다.
수바르나부미공항(신방콕국제공항)에서 북쪽으로 10㎞ 떨어진 랏끄라방에는 유니레버 혼다 이스즈모터스 캐드버리 등 세계 유수기업 공장 231개가 모여 있다. 이곳의 근로자만 4만 8,000여명에 달한다. 방찬에도 90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다. 두 곳이 물에 잠긴다면 이미 지금까지 33억 달러(3조 8,000억원)의 피해에 65만명이 일자리를 잃은 태국 경제는 회복 불가능한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수도 방콕이 태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1%에 달한다. 두 공장지대가 장기간 조업 중단 사태를 맞거나 공장설비가 못 쓰게 될 경우 태국 경제의 성장률은 대폭 추락을 피할 수 없다. 태국 재무부는 올해 GDP 성장률이 지난해(4.1%)의 절반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기업들도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 LG 도시바 등에 압축기(컴프레셔)를 납품하는 쿨톤사는 18일 랏끄라방 공장의 생산을 중단한 채 직원들을 동원해 공장설비 주변에 모래주머니를 쌓고 창문에 철판을 덧댔다. 수라폰 시마쿨톤 사장은 “정부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미 6개 공업지대 방어에 실패했는데, 이곳(랏끄라방)마저 물에 잠긴다면 정부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정부가 주말 방콕 북쪽의 홍수 방어선을 지키지 위해 물을 방콕 시내의 하수관과 운하로 흘려 보내면서 시내 저지대를 중심으로 침수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방콕에서만 11만 3,000명이 침수를 피해 대피했고, 최대 8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1,743곳의 대피시설이 마련됐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는 23일 “홍수가 잦아드는데 최대 6주가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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