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부터 서울 청계광장 한 켠에서 진행된 공공미술 프로젝트 '있잖아요..'가 우여곡절 끝에 23일 마무리됐다. 양수인 작가의 설치작품 '있잖아요..'는 가로 세로 2.6m, 높이 2.8m의 박스 안에 누구나 들어가 20초간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도록 한 것. 녹음된 내용은 스피커를 통해 반복 재생돼 광장을 지나는 시민들이 들을 수 있다(본보 9월 9일자 24면 보도).
소통을 통한 광장의 의미 회복을 내세웠던 이 작품은 그간 때때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야 했다. 주변 직장인들의 소음 문제 제기로 스피커 볼륨을 줄여야 했고, 매일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였던 작동 시간도 오후 5~9시로 단축됐다. 원래 시민들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리잡았다가 청계광장의 정보센터 역할을 하는 미디어박스 옆 자리로 옮겨지기도 했다. 서울시가 단 한 건의 소음 관련 민원을 이유로 작품을 치워버릴 수 있다고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당초 작품 설치가 결정되자, 서울시가 우려한 것은 두 가지였다. 취객 등이 박스에 부딪칠 수 있다는 점과 정치적 발언의 범람. 다행히 안전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고, 후자의 경우는 볼륨을 낮추고 자리를 옮겨 어느 정도 견제됐다.
본래 광장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발언하고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지만 국내에선 그 기능이 오롯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청계광장 역시 거의 1년 내내 행사가 잡혀 있어, 시민은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 혹은 누군가가 전달하는 정보의 '수신자'에 머물렀다. 양 작가는 당초 이 프로젝트를 통해 "광장 본래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회복시키고 싶었다"는 밝혔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런 작가의 의도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외진 자리로 옮기고도 하루 150~200명의 시민이 꾸준히 이곳을 이용했다. 사랑 고백 등 개인적 이야기부터 반값 등록금 요구 등 공공이슈까지 다양한 발언이 이어졌다. "스피커 볼륨을 올려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양 작가는 "시민 참여 형태의 공공예술은 세계적으로도 흔하지 않은 작업"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설치 전에는 정치적인 논란이나 작품 훼손 등을 걱정하기도 했는데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됐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발언할 기회에 얼마나 목말라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이수연 학예사는 "이 같은 시민참여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꾸준히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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