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 인수 후 회삿돈을 빼돌린 뒤 이를 숨기기 위해 비상장사 인수 대금을 분식한 사주, 비상장사 인수 과정에서 사주 몰래 인수 대금 일부를 빼돌린 임원과 회계사, 이 같은 비리를 알고 회사로부터 돈을 뜯어낸 또 다른 임원이 검찰에 줄줄이 적발됐다.
기업사냥꾼 서모씨는 2008년 5월 사채를 끌어다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인 T사를 인수했다. 서씨는 몇 달 뒤 인도네시아 석탄개발 사업에 투자한다고 공시하고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통해 130억원을 끌어 모았는데, 이는 모두 허위였다. 신규 투자금 130억원 중 124억원은 서씨 등의 사채변제, 주식투자에 이용됐다.
서씨의 횡령에 동참했던 T사 실사주 민모씨는 이사 구모씨에게 "횡령을 숨기기 위해 비상장 회사를 인수해 회사자금을 분식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구씨는 회사 담당 회계사 정모씨, 은행지점장 김모씨와 짜고 민씨의 뒷통수를 쳤다. 비상장사인 G사를 20억원에 인수하면서, 마치 35억원에 사들인 것처럼 속인 뒤 차액 15억원을 나눠가진 것이다.
물고 물리는 범죄 행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이사 현모씨는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이들을 협박, 2,300만원을 챙겼다. 경영진의 '막장 경영'으로 한때 전도 유망했던 T사는 지난해 9월 상장폐지됐다. 인수 당시 4,000원대였던 T사 주가는 상장폐지 때 250원으로 떨어졌고 이에 따른 일반 투자자 3,000여명의 피해금액은 약 1,400억원으로 추산된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김주원)는 23일 기업사냥꾼 서씨, 회계사 정씨를 구속 기소하고, 구씨와 현씨 등 관련자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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