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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제주, 1박 2일, 내가 열리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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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제주, 1박 2일, 내가 열리는 여행

입력
2011.10.2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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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공항에서 주말 낮 12시 5분 항공기를 타고 갔다 제주공항에서 휴일 아침 9시 5분 항공기를 타고 돌아왔다. 제주에 체류한 시간은 1박2일에 스무 시간 남짓. 세 끼의 식사. 1990년인가, 취재를 위해 서른 넘어 처음 제주를 찾았다. 그 이후 20여 년 동안 꽤 많은 제주여행을 즐겼는데 이번처럼 바삐 돌아온 발길은 없었다.

돌아오는 시간을 늦춰보려고 이리저리 알아보았지만 휴일 늦은 시간에 부산이나 울산으로 돌아오는 항공기에 빈자리가 없었다. 스무 시간 동안 제주에서 가을을 만끽하고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오기 위해 나는 TV '1박2일'의 출연자처럼 바쁘게 뛰어다녔다.

가을이 물들어가는 한라산 기슭에서 '제주 해녀사'를 공부하며 커피를 마셨고, 초대한 곳에서 독자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밤 바닷가에서는 싱싱한 회로 좋은 친구들과 우의를 나누었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즐겨 머무는 숙소에서 새벽 2시 가까이 차를 마시며 담론의 주머니가 빌 때까지 정담을 나누었다.

그 바쁜 시간 사이 나는 제주를 스쳐가는 한 줄의 행간에 불과했지만, 몇 시간 선잠을 자고 일어나면서도 행복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주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로움에 눈뜬 여행이었다. 여행의 감동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열리는 만큼 무한의 시간이 찾아온다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느끼며 행복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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