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시 감은 눈, 가지런한 코와 입매. 단순한 이목구비에 무슨 표정이 있나 싶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행복, 슬픔, 사랑 등 다양한 감정이 읽힌다. 50여년간 인물 조각만 빚어온 노 조각가는 이제야 고요한 얼굴에 감정 변화를 담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조각을 통해 인간 내면을 표현해온 최종태(79) 작가. 구상 조각의 거장으로 불리는 그의 '구원의 모상'전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11월 5일까지 열린다. 추상 조각의 거장 고 김종영의 제자이기도 그가 4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 채색 목조각과 수채화, 브론즈, 파스텔화 등 총 6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1970년대 후반 목조각에 검은 염색약을 칠한 적이 있지만, 근작인 채색 목조각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전통의 오방색을 칠한 채색 목조각에선 전에 없던 생동감이 느껴진다. 작가는 잘 건조된 은행나무 조각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표현했다.
지금껏 작가의 변하지 않는 모티프는 '소녀'다. 가장 선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이자 근원적 생명력의 형상. 기도하거나 사색하는 소녀의 모습은 관음보살 혹은 성모마리아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술평론가 최태만씨에 따르면 소녀는 그가 추구하는 예술의 궁극적인 경지이자, 그의 작품이 필연적으로 종교와 만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성적인 것은 전쟁이나 폭력과 거리가 멀지요. 오히려 배려, 수용에 가깝고, 다른 말로 하면 이게 바로 사랑이잖아요. '구원의 모상'이라는 것은 영원히 여성적인 것을 말합니다."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구원의 모상'전은 서울 전시 이후, 11월 22일부터 대구 대백프라자와 수성아트피아로 옮겨이어진다. (02)720-102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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