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품 특허권을 가진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사와 복제약을 팔던 국내 제약사가 짜고 가격이 저렴한 복제약을 더 이상 팔지 않는 대신 기존 고가 특허제품의 독점 판매권을 보장하는 식으로 담합해오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처음 적발됐다.
공정위는 23일 세계 4위 다국적 제약사인 GSK(글락소 스미스클라인)가 항(抗)구토제 '조프란'의 특허권을 남용해 복제약 제조사 동아제약과 담합한 혐의로 각각 과징금 30억4,900만원, 21억2,4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1998년 조프란과는 다른 제조법으로 특허(제법특허)를 취득한 뒤, '온다론'이라는 복제약을 약 25% 싼 가격에 출시했다. 2000년 당시 47%였던 시장점유율의 하락을 우려한 GSK는 동아제약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복제약을 팔지 못하도록 당근도 제시했다.
그 결과 동아제약이 온다론을 시장에서 철수시키고 향후 항구토ㆍ바이러스제 분야에서 GSK와 경쟁하는 어떤 제품도 내놓지 않는 대신, GSK는 소송 취소와 함께 자사 제품(조프란 및 항바이러스제 '발트렉스')의 국내 판매권을 동아제약에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판매목표의 80%만 넘겨도 매출액의 25%를 얹어주는 이례적인 인센티브도 함께 제공됐다.
공정위는 "양사가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이런 판매권 계약을 계속 갱신해 담합을 유지하고 있다"며 "비슷한 약효의 저렴한 복제약을 이용할 소비자의 권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번 담합은 복제약사가 특허사에게 합의금을 주고 특허소송을 무마하는 보통의 경우와 반대로, 특허사가 복제약사에 경제적 이익을 약속한 '역(逆)지불합의'의 국내 첫 제재 사례라고 공정위는 덧붙였다.
GSK는 그러나 "동아제약과의 계약은 정당한 특허권 행사이며 복제약 철수에 대한 대가성이 없어 공정거래법상 담합도 아니다"면서 "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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