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11월 1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특설 링에서 펼쳐진 WBA 라이트급 챔피언 타이틀전. 김득구는 레이 맨시니와 14라운드까지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그리고 쓰러진 그는 영영 깨어나지 못했다. 김득구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 이날의 경기는 프로복싱 팬들의 기억 속에 '비운의 14라운드'로 각인되어 있다.
두 복서의 운명을 가른 비극의 대결 이후 30년, 김득구의 가족과 레이 맨시니는 각각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제작진은 맨시니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경기의 상황과 지난 6월 당시 김득구의 약혼녀와 유복자 아들을 미국에서 만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맨시니는 김득구 선수의 아들이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아버지, 복서 김득구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그는 "김득구 선수는 내 가슴 속에 여전히 세계 챔피언으로 남아 있다"며 "치과의사를 준비하는 스물아홉 살 그의 아들이 훌륭하게 자라준 것에 대해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30년 전 비극을 뛰어 넘는 화해와 감동의 메시지가 화면을 통해 전달된다.
지난 시절 헝그리 정신 하나로 링을 호령하던 복싱스타들도 오랜만에 만날 수 있다. 전설의 복서들은 모두 입을 모아 "링 밖의 세상이 링 안보다 더 무섭고 처절하다"고 입을 모은다. 낮에는 '링'을 호령하고, 밤에는 클럽의 '무대'를 누비던 복싱 천재 허버트 강,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란 말로 전 국민을 찡하게 했던 4전5기 신화의 홍수환, 중량급의 전설 '돌주먹' 박종팔, '링 위에서 죽는 게 두려웠다'는 '작은 거인' 김태식, '링의 세계보다는 사회가 더 무서웠다'는 '짱구' 장정구 등 잊혀졌던 전설의 챔피언들의 현재를 카메라에 담았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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