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이언스 에세이] 접속의 시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이언스 에세이] 접속의 시대

입력
2011.10.23 11:38
0 0

나는 지금 접속해 이 글을 쓰고 있다. 이제 일상화된 인터넷과 급속히 확산되는 소셜네트워크의 시대에 주변의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매일 이메일을 읽고, 메시지를 보내고, 트위터를 모니터하고, 페이스북을 관리한다.

어떤 사람들은 공식 행사 중에도 살짝 살짝 트위터와 메일을 보고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심지어 같은 방에 있는 친구와도 대화대신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한다. 끊임없이 접속을 원하는 사람들. 첨단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우리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지만, 느리게 움직이는 주위 세상에 대해서는 오히려 무심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왜 휴대전화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고, 소셜네트워크 상의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오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빨리 흘러가는 메시지들을 열심히 좇고 있을 까.

이에 대한 한 가지 답은 인간의 뇌에서 찾을 수 있다. 인지신경과학자 마이클 가자니가는 라는 저서에서 오랜 진화의 역사 속에서 발전해온 뇌의 '사회성'에 주목했다. 인간의 특출나게 큰 뇌는 기본적으로 생존과 번영에 관계된 사회적 문제를 다루기 위해 발달했으며, 원시시대나 현대나 마찬가지로 '인간은 뼛속까지 사회적'으로 남아있다.

한 침팬지 연구에서 관찰된 사회집단의 크기는 55 라고 한다. 반면 인류학자 로빈 던바 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대뇌 신피질 크기로부터 유추한 사회집단의 크기는 150 명 정도이다. 실제 기본 전투부대나 비즈니스 단위 등에서 조직적인 계층구조가 없이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의 수 그리고 한 개인이 사회적 관계를 맺는 사람의 수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던바 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언어는 마치 영장류의 털고르기 같이 사회적 관계를 더 효율적이고 광범위하게 연결하기 위해 발달했다. 다양한 연구에서 '인간은 깨어 있는 시간 중 평균 80%를 다른 사람과 함께 보낸다'고 한다. 사람들은 잡담하는 가운데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판단하고, 그리고 신뢰를 형성해간다. 이러한 소통과 대화의 확장 과정에서 인간은 고도로 사회적인 집단을 만들게 되었다.

최근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는 더 효율적이고 광범위하게 소통하려는 사람들의 기본 욕구를 만족시켜주었다. 이제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상에서 맺을 수 있는 친구 집단의 크기는 제한이 없어졌다. 최근의 한 연구에 의하면 페이스북의 친구수가 우리 뇌의 구조에 투영되어 있다고 한다. 실제 페이스북 친구가 많을수록 뇌의 회색물질의 양이 많고, 실제 친구도 많다. 보다 실용적인 다른 연구에 의하면 페이스북의 친구가 많을수록 그 회사의 재정적 성과가 더 큰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전신, 전화, 라디오, TV, 휴대폰, 이메일, WWW, 트위터, 페이스북 등등... 점점 더 다양하고 효율적인 소통의 방식이 발명되며, 접속의 의미와 사회적 집단의 틀이 근본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의 확산과 진화가 계속되면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고, 우리는 어떤 모드로 접속하고 있을 까. 최근 공개된 애플 아이폰의 인공비서 시리와의 '대화'로 미루어볼 때 가까운 장래에 휴대전화 건너편의 친구가 인공 지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스쳐간다.

뚝. 갑작스런 정전이다. 마치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처럼 답답하다. 이제 뭘 해야 하지? 서가에 쌓여있던 책 중에서 아무거나 집어 든다. 아니야. 영화 '접속'에서 아련한 추억의 PC통신이 맺어준 사랑처럼 오늘은 밖으로 나가 깊어가는 가을에 젖어봐야겠다."인간은 컴퓨터 앞에서 삶의 의미를 알아내려해. 하지만 동물은 삶을 살아가려 해. 문제는 인간과 동물 중 누가 더 나은가 하는 거야."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