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아기엄마들에게 인기 높은 노르웨이 산 유모차 ‘스토케’의 국내 가격이 유럽에 비해 최대 65만원 비싸게 팔리는 등 유럽 프리미엄 유모차의 가격 거품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 유모차 수입업체가 조사한 수입 유모차 가격을 보면 부가부, 줄즈, 맥클라렌 등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 유모차의 가격은 대체로 해외보다 20만~30만원씩 비쌌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스토케의 가격 차가 지나치게 큰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133만원에 팔리는 네덜란드산 줄즈 유모차의 국내 가격은 네덜란드 및 독일 판매가격과 약 23만원, 33만원의 격차가 났지만 미국에 비해서는 16만원 가량 쌌다. 국내 가격이 147만5,000원인 네덜란드의 부가부 유모차는 네덜란드나 독일 판매가격에 비해 각각 5만원, 6만원 비싸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미국이나 영국에 비하면 20만~30만원의 차이가 났다. 미국 유모차 맥클라렌은 국내 판매 가격이 61만5,000원으로 네덜란드, 독일, 미국, 영국에 비해 10만~20만원 가량 비쌌다.
이처럼 일반적인 수입 유모차의 가격 격차가 20만~30만원 가량인 반면 스토케의 경우 국내 가격과 격차가 매우 컸다. 스토케 디럭스형의 현재 국내 판매가격은 178만원, 카시트 포함하면 210만원에 달한다. 좀 낡은 중고차 가격도 맞먹는 셈이다.
이에 비해 해외 판매가격은 ▦네덜란드에서 729유로(약 115만원) ▦독일에선 719유로(약 113만원) ▦미국 1,049.99달러(약 120만원) ▦영국 769파운드(약 139만원) 등이었다. 국내 판매가격이 최대 65만원이나 비싼 셈이다. 스토케는 워낙 고가여서 노르웨이 현지에서도 널리 판매되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강남 아기엄마들의 필수품처럼 인식되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판매점 등에선 스토케의 강점으로 시트의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는다. 높이를 조절해 아기를 높은 곳에 앉혀 놓으면 엄마와 마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수입되는 유모차들은 대부분 아기가 엄마와 얼굴을 마주볼 수 있다. 스토케와 달리 공기주입식 바퀴를 사용해 아기의 ‘승차감’을 높인 제품도 있다. 오히려 스토케는 높이 조절이 가능한 대신 아이 몸집이 커지면 타기 어려워 다른 제품보다 사용기간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결국 스토케가 인기 있는 진짜 이유는 품질 아닌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 유모차는 아무리 좋은 기능을 갖추고 있어도 겉모양이 비슷비슷한 반면 스토케는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디자인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10㎙ 밖에서 보면 엄마 얼굴을 몰라도 스토케는 알아볼 수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비싼 수입 유모차라면 다양한 기능보다는 남들이 한번에 알아봐 주는 디자인을 찾는 ‘허세 심리’가 스토케 유행의 원인”이라면서 “아기를 위해서 산다지만 사실은 명품 로고가 크게 찍힌 가방을 사는 것과 비슷한 심리”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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