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의 맨얼굴/유종일 엮음/시사IN북 발행ㆍ348쪽ㆍ1만5,000원
'개발 독재'라는 이른바 '박정희 긍정론'의 핵심은 그가 비록 독재를 했을지라도 대한민국을 가난에서 구제한 공은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 8명의 경제학자는 <박정희의 맨얼굴> 에서 "박정희가 경제만큼은 잘 했다"는 찬사는 수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눈부신 '한강의 기적'에 가려져 보지 못한 개발 독재의 실체에 접근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박정희의>
유 교수는 박정희 시대의 고도성장이 지도자 개인에 공을 돌려야 할 만큼 예외적인 성공이 아니라는 점을 우선 지적했다. 같은 시기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이 한국만큼 성장했고 한국보다 앞서 일본이, 뒤를 이어 중국이 눈부신 발전을 해냈다. 더구나 '선성장 후분배'를 내세운 자본 축적은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의 엄청난 희생을 담보로 한 것이었다.
1953~2007년 지가와 물가 상승을 분석한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이 시기 지가가 1만배 폭등했는데 그 책임의 절반 이상이 박 정권에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경제를 '왜곡된 통제경제체제'라고 정의한 박헌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정치 권력을 이용해 소수의 선택된 기업 집단이 국가가 제시한 발전 방향에 따라 대규모 사업을 추진했고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의 대부분을 독점해 부의 편중을 심화했다고 비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개발금융체계는 재벌 체제 태동의 물적 배경이었지만 결국 몸집을 불린 독점자본은 정부의 개입을 거부했다며 박정희 체제는 처음부터 지속불가능한 체제였다고 분석한다. 한국의 사회보장제도가 보장 수준이 낮고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것은 국가의 재정 부담을 최소로 하는 박 정권의 잔여적ㆍ선별적 복지 체계의 제도적 유산이라는 신동면 경희대 교수의 비판은 "아버지의 궁극적인 꿈은 복지국가 건설이었다"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주장에 대한 대답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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