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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고독을 연습하라… 진정한 나를 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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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고독을 연습하라… 진정한 나를 보려면

입력
2011.10.2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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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스마트폰 없이 40일 간 지내기에 도전한 한 독일 기자는 <아날로그로 살아보기> 에서 한 달째 되는 날 소감을 이렇게 적었다. '바지주머니 속에 아이폰이 울려대는 것 같던 유령 진동 현상, 도대체 주말 동안은 뭘 하며 지내야 하는지가 문제였던 막막함, 전화벨 소리가 그리워 유선전화라도 자주 걸려오기를 바랐던 외로움의 시간.'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통로 일부를 차단했을 뿐이지만 금단 현상이 만만치 않다.

좋은 관계는 삶을 풍요롭게 하지만 때로 이 같이 얽히고설킨 숱한 관계 때문에 사람은 불행해진다. '자기만의 고유한 욕망과 감정'이 무엇인지, 자신은 누구인지를 잊은 채 '타인의 요구에 맞춰' 기능적으로만 살아가는 사람은 이별이나 죽음 같은 삶의 결정적인 순간에 극복하기 힘든 고통의 나락에 빠질는지도 모른다.

영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저술가 앤서니 스토의 <고독의 위로> (책읽는수요일 발행)와 프랑스 의사 마리프랑스 이리구아?S의 <새로운 고독> (바이북스)은 현대인에게 고독이 얼마나 중요한지, 왜 고독해지는 연습을 해야 하는지를 역설하는 에세이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자신의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이들은 말한다. 자신의 모습을 자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때 그의 내면에서 진정한 '성숙'과 '통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은 감정을 가장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하며 창조적인 상상력을 증대시킨다. 칸트나 비트겐슈타인, 뉴턴, 카프카, 베토벤, 바흐, 고야 등 학자와 예술가의 빛나는 업적은 고독에 침잠하는 그들의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19세기 중후반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에게는 매일 오후 시간에 혼자만의 공간으로 가 휴식을 취하는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그 시대 여성은 관습에 따라 자신의 욕구와는 상관없이 언제나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살피는 데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그래서 오후의 휴식 시간은 자신의 마음을 절대 표현해서는 안 되는 의무에서 벗어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근대 이후 사회의 주류는 고독을 무시하고 경계하는 쪽이었다. 독방 징계는 엄중한 사회적 벌칙이었고 프랑스 혁명 때는 독신자 추방령까지 등장했다.

저자들은 자신에 대해 존중감을 뚜렷하게 지니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서만 사랑 받는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기 자신으로서 사랑 받는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혼자일 줄 안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뚜렷하게 하면 더 이상 타인과 타인의 판단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타인을 경쟁자로서가 아니라 여행을 함께 떠나는 동반자로 여길 수도 있게 된다.

가을에는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우리 영혼을 '호올로 있'도록 해달라고 시인 김현승이 노래했다. 그 누구도 '우리 자신을 대신해 살 수 없고, 사랑할 수 없으며, 고통을 느낄 수 없'기에.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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