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오늘날 현대인은 100세 장수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렇게 인류의 오랜 욕망이자 관심사인 무병장수가 진정한 축복이 되기 위해선 구체적으로 대비를 잘 해야 한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 중 경제적인 면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에 대해선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또 개인과 우리 근로 사회, 정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란 점도 공감을 사고 있다. 먼저 개인으로선 인생의 청사진을 그릴 때 근로활동이 이루어지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은퇴에 대한 준비를 하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즉 구체적인 은퇴 설계를 은퇴 이전에 현명하게 해야 더 행복한 은퇴이후의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정부도 국민개개인의 축복된 노후를 위한 큰 틀속의 하나의 정책으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고 연금 저축 소득공제 범위를 확대하는 등 제도 개선을 다각도로 시행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은 미비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우리 근대화를 이끈 주역이라고 할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경우 은퇴준비에 대한 설문에서 자녀 교육 뒷바라지 등으로 경제적 여력이 부족해 21%가 은퇴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은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자들 가운데서도 70%가 현행 연금제도에 의해서만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의 민영 및 공적 연금제도는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은퇴소득에 크게 못 미치는 60% 수준으로 설계되어져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향후 베이비붐 세대의 76%는 은퇴이후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아짐을 예상할 수 있다.
고령화와 장수화에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연금관련 재무정보와 은퇴를 위한 자산 축적 방법 등을 제공하는 체계적 은퇴재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과 호주는 정부적 차원에서 은퇴준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한 공공 캠페인에 정기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은퇴신뢰조사에 의하면 은퇴 준비 교육을 받을 경우 그 반대의 계층에 비해 은퇴준비 저축을 시작할 가능성이 무려 320%가 더 높으며 전체 근로자의 약 48%는 고용주가 제공하는 정기적 은퇴준비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은퇴교육의 핵심은 재무적 교육으로 시작하지만 건강관리, 재취업과 창업 등 삶의 질 관리까지를 포함한 비재무적 조언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은퇴이후의 삶의 질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리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오랜 기간 기업의 성장을 위해 조력해온 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책무라고 판단되며, 이를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홍보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따라서 현재 노사정 모두의 최대 관심사인 '고용지원프로그램'과 병행해 더 늦기 전에 '은퇴지원프로그램'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모아져야 한다.
또한 퇴직연금제도에 있어 가입자교육도 이제는 연금교육을 넘어서 개인별 은퇴교육으로 확대시켜야 할 것 이다. 은퇴설계의 최접점에 있는 보험사, 증권사, 은행 등은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은퇴교육프로그램 개발에 그 전문성을 발휘하여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만연한 우리 경제 사회의 현시점에서 은퇴를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은퇴준비교육은 다방면으로 더욱 확산시켜야 할 것이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