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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산업 비판서 낸 도박피해자모임 공동대표 정덕씨/ "딸 잃은 아픔도 도박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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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산업 비판서 낸 도박피해자모임 공동대표 정덕씨/ "딸 잃은 아픔도 도박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입력
2011.10.2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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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큰 딸이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장례식에 안 갔다. 가족들만 장례식에 보낸 뒤 계속 게임을 할 정도로 심각한 도박중독 상태였다."( 중에서)

이 책은 강원랜드에서 360억 원을 날린 정덕(64) 전국도박피해자모임 공동대표가 저자다. 길다면 긴 자신의'도박인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감추고 싶었을,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점철된 내용의 책을 왜 썼을까. "도박에 손을 댄 가장 큰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은 잘 알지만, 국민을 도박판으로 몰아가는 정부의 사행산업 정책을 고발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한때 잘 나가던 중견기업인이었다. 연세대와 성균관대 대학원 졸업 후 상장기업이던 ㈜삼애실업 대표이사, 한국피혁수출조합 초대 이사장 등을 지냈다.

카드게임 종류도 제대로 모를 만큼 도박은 다른 세상 얘기로 알고 있었던 정씨가 강원랜드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2003년 4월이었다. 강원랜드가 위치한 정선 지역의 지인이 주최한 바자회에 참가하기 강원랜드 호텔에 묵은 게 화근이었다.

이후 정씨는 가끔씩 강원랜드에 들러 카드게임의 일종인 '바카라'를 즐겼다. 그런데 게임을 할수록 확률적으로 돈을 잃을 수 밖에 없는 도박판에서 손실이 늘었다.'본전 생각'에 배팅액은 더 커졌고, 손실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씨가 주로 게임을 했던 강원랜드 VIP룸 기준으로 2분여 동안 진행되는 바카라 한 게임에 한 사람이 최대로 걸 수 있는 공식 배팅한도는 1,000만원. 그러나 번번이 잃었고, 잃은 돈을 빨리 만회하기 위해 강원랜드의 암묵적 동의아래 소위'병정'을 이용한 게임도 했다. 정씨 돈으로 게임을 함께 해주는 대리인 '병정'을 세워 일시 만회를 노린 것이다. 그는 "길게는 1주일간 강원랜드에 머물며 이런 생활을 했다"며 "불법인지도 모르고 강원랜드가 소개해준 병정 도박에서 정말 많은 돈을 잃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강원랜드에 출입한지 3년 6개월만인 2006년 10월 회사를 비롯해 골프·콘도회원권, 아파트, 9층짜리 빌딩 등 모든 재산을 잃었다. 절망과 수치감으로 인한 우울증에 자살까지 시도했다. 아들 신고에 출동한 119구조대가 위치추적을 통해 한 모텔에서 자살하려던 그를 구해냈다. 이게 도박을 끊게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벼랑 끝에 가족사랑을 느꼈어요. 다시 삶의 의지를 살렸다고나 할까요. 도박 중독치료를 받고 또 다른 도박 피해자들과 만나 고통을 나누고 있습니다."

주위 도움으로 최근 서울 강남에 조그만 식당을 연 그는 지난해 11월 '전국도박피해자모임'을 만들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가족들의 원망은 단 한 마디도 들은 적이 없어요. 가족들 사랑이 도박을 끊고 재기를 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입니다."

마음을 다잡은 뒤엔 국내 사행산업 문제점에 눈을 돌렸다.'병정' 등 강원랜드 불법영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해 2008년 11월 1심과 지난해 10월 2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받아내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도박 중독은 충동조절장애로 인한 질병입니다. 그런 만큼 정부가 사행산업의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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