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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생추어리 농장' 동물들의 학대받지 않을 권리, 어디까지 지켜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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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생추어리 농장' 동물들의 학대받지 않을 권리, 어디까지 지켜주고 있는가

입력
2011.10.2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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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추어리 농장/진 바우어 지음·허형은 옮김/책세상 발행·408쪽·1만5,800원

세계동물보건기구가 말한 '최근 50년간 최악의 사태'가 올해 초 한국에서 일어났다. 축산농가에서 빠르게 번진 구제역과 이에 대한 잔혹한 대처는 지하수 오염, 농장주와 살처분 담당자들의 정신적 충격으로 귀결됐다.

인간을 위한 '식재료'로 유전자 조작된 규격돈은 보통의 돼지보다 비대하게 자란다. 그러나 한 마리당 공간을 최소화한 공장식 농장에는 몸을 편안히 뉠 곳이 없다. 운동량도 거의 없어 면역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비단 한국만의 현실이 아니다.

미국 내 '생추어리 농장'의 설립자인 진 바우어는 <생추어리 농장:동물과 인간 모두를 위한 선택> 에서 공장식 농장의 현실을 더 생생하게 폭로한다. "오늘날 축산 시설의 돼지들은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교미를 못하고, 갇혀 있는 스트레스로 자기 꼬리를 마구 물어 뜯으며, 너무 비대해져 다리가 제 몸뚱이를 지탱하지도 못한다."

'피난처'란 뜻의 '생추어리(Sanctuary) 농장'은 공장식 농장이 아니다. 이곳에는 행복한 동물들이 산다. 풀밭에서 마음껏 뛰어 놀고, 고단백 사료를 먹고, 푹신한 건초더미에서 잠을 자는 소, 돼지, 오리, 닭 등. 늙어서 자연사할 때까지 인간에게 잡아 먹힐 염려도 없다. 하지만 이 동물들도 한때 공장식 농장에서 병들거나 비용문제로 쓰레기처럼 버려졌던 아픔이 있다.

그들이 건강하게 회복되어 가는 과정은 감동적이고, 인간 못지않은 섬세한 감정을 가진 이들의 모습에 놀라게 된다. 암탉 마멀레이드는 자신을 돌봐준 사람들을 모두 기억하고, 암소 마야는 자신이 돌봐주던 송아지를 다른 곳으로 입양 보낸 데 대해 바우어에게 깊은 배신감을 느낀다. 바우어는 송아지 입양 이후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마야를 본 후 생추어리 농장에서 다른 보금자리로 입양 보낼 때 같은 종 친구를 한 마리 이상 보낸다는 규정을 만들었을 정도다.

책은 '생추어리 농장'의 성과를 드러내는데 무게를 두지 않는다. 바우어는 20여년간 동물의 학대 받지 않을 권리와 비인도적 동물 처우 개선 법안 통과를 위해 싸워왔는데, 그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학대 받는 동물들을 위하는 최선의 길은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이지만, 저자는 독자들에게 채식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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