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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탄소의 시대' 누가 탄소를 악역으로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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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탄소의 시대' 누가 탄소를 악역으로 만들었나

입력
2011.10.2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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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의 시대/에릭 로스턴 지음ㆍ문미정, 오윤성 옮김/21세기북스 발행ㆍ308쪽ㆍ2만5,000원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이산화탄소. 어떤 일을 할 때 발생한 온실가스의 총량을 나타내는 말은? 탄소발자국. 주식처럼 사고파는 게 가능하며 온실가스를 일정량 배출할 수 있는 권리는? 탄소배출권.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새로운 산업발전방향은? 저탄소 녹색성장.

바야흐로 '탄소의 시대'다. 여기저기서 탄소란 단어를 쉽게 볼 수 있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원소지만 이 말은 부정적인 뜻으로 쓰인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기자였던 에릭 로스턴이 쓴 <탄소의 시대> 는 지구과학, 물리학, 생물학을 넘나들며 탄소에 대한 오해를 하나 둘 풀어간다. 그러면서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누가 탄소를 악역으로 만들었나.

자연에 있는 원소는 모두 92종. 탄소는 우주에서 네 번째로 많은 원소다. 지금껏 알려진 물질 3,300만여 가지 중 10만 개를 뺀 나머지에 모두 들어있다. 화학식에서 탄소(C)를 아예 표시하지 않는 것도 모든 물질에서 널리 쓰이기 때문이다.

탄소는 인체와 자연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원소다. 동식물이 에너지로 쓰는 포도당은 탄소 원자 여섯 개가 뼈대를 이룬다. 유전정보를 저장한 DNA에서 가장 많은 건 탄소다. 우리 몸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 구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물은 탄소로 광합성작용을 한다. 산소가 풍부한 현재의 공기는 아주 오랜 시간 시아노박테리아가 탄소를 들여 마시고, 산소를 내놓으면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탄소는 진화의 축복이란 명성을 잃고, 산업화의 저주란 오명을 얻었다. 수백만 년 동안 석탄, 석유의 형태로 땅속에 묻혀 있던 탄소를 산업자본가, 소비자가 대기로 왕창 쏘아 올리면서부터다. 저자는 이를 "탄소 일탈"이라고 부른다. 인류가 대기에 배출하는 탄소량은 자연이 내뿜는 양보다 최소 100배 많다.

지구의 평균기온은 20세기에만 0.6도 상승했다. 식량난과 물 부족이 심해지고, 전염병이 확산됐다. 탄소 일탈은 급속한 발전의 대가로 인류의 어깨 위에 생존이란 무거운 짐을 얹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한 줄기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연료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라며 탈탄소 문명의 가능성을 말한다. 저자가 주목하는 건 탄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수소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배출국 세계 1, 2위인 중국과 미국은 여전히 석탄을 때 에너지를 얻는다. 값싸고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해 피해가 커질수록 인류는 '탄소의 저주'를 한탄할 것이다. 탄소에 저주를 내린 게 누구인지 망각한 채.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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