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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종말문학걸작선(전 2권)' "인류 파국 온다면…" 다시 부흥하는 종말 문학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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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종말문학걸작선(전 2권)' "인류 파국 온다면…" 다시 부흥하는 종말 문학의 정수

입력
2011.10.2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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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문학걸작선(전 2권)/스티븐 킹 등 22명ㆍ조지훈 옮김/황금가지 발행ㆍ440쪽 386쪽ㆍ각권 1만2,000원

최근 몇 년간 국내 문단에서도 인류가 대재앙에 휩싸이는 종말론적 상상력을 다룬 작품이 적지 않게 나왔는데, 2006년 나온 코맥 매카시의 <로드> 가 미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대재앙 이후 폐허의 지구에서 길을 떠나는 부자(父子)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그 묵시록적인 내용으로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현대 사회의 장밋빛 미래 한편으로 인류 문명의 파국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다.

<종말문학걸작선> (전 2권)은 바로 2000년대 들어 다시 부흥한 해외 종말문학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인류 최후의 날과 그 이후를 다룬 작가 22명의 대표적 단편을 뽑아 모은 것으로, '판타지와 SF'의 부편집장인 존 조지프 애덤스가 2008년 엮었다.

여기 담긴 작품들은 이른바 후기 종말문학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냉전과 핵전쟁의 위협 등으로 종말소설이 유행하다가 1980년대 냉전 체제가 무너지면서 시들해졌다. 하지만 세기말을 지나고 9ㆍ11 테러 등을 거치면서 다시 쏟아져 나왔다. 인류 문명의 폐허를 SF적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종말문학은 SF 장르소설의 하위 장르로 분류되는데, 코맥 매카시의 경우처럼 본격문학에도 적극 수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록 단편들의 작가는 스티븐 킹, 조지 R R 마틴, 올슨 스콧 카드, 옥타비아 E 버틀러 등 SF와 미스터리, 판타지, 호러 등에서 명성을 쌓아온 이들. 수록작들은 크게 인간의 욕망과 갈등으로 종말에 처하게 되는 과정이나 종말의 순간, 그리고 종말 이후의 상황을 그린 작품들로 나뉘는데, 독특하면서도 기괴한 상상의 세계를 맛볼 수 있다.

스티븐 킹의 '폭력의 종말'은 폭력과 전쟁의 현실에 절망한 천재적 젊은이가 인간의 폭력성을 낮추는 특이한 성질의 지하수를 발견해 이를 지구에 뿌리지만, 이 물이 끔찍한 부작용을 낳아 종말을 맞는다는 내용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킹 특유의 유려하면서도 긴박한 이야기 솜씨를 느낄 수 있다. 코리 독토로의 '시스템 관리자들이 지구를 다스릴 때'는 인터넷 서버 등이 일시에 교란돼 시스템 관리자들이 서버실에서 수리를 하는 동안 바깥의 인류는 멸망해 시스템 관리자들이 인터넷으로 세상을 복원한다는 독특한 발상을 담았다.

조지 R R 마틴의 '어둡고 어두운 터널들'은 멸망 이후 인류가 지구 지하로 숨어 들어간 쪽과 달에서 생존한 부류로 나뉘는데, 세월이 흐른 뒤의 상황을 다룬다. 문명을 이어받은 달의 인간들이 지구를 방문해 지하 탐사에 나섰다가 끔찍한 모습으로 진화한 지구인을 만나는 장면이 그로테스크하게 그려진다.

종말문학이 다시 부흥한 이유에 대해 편집자는 서문에서 "지금의 정치 기후가 냉전 시대와 흡사하기 때문일 것"이라면서도 "종말문학은 또한 모험에 대한 우리의 기호를 실현해주고, 과거의 빚을 청산해 새 출발을 가능케 해준다"고 밝혔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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