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사찰을 자행한 국군기무사령부 관련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조선대의 북한ㆍ러시아 전문교수 주변을 조사하고 이메일을 해킹한 혐의로 이미 구속된 군무원과 현역요원에 이어 이들을 지휘한 원사가 추가로 구속됐다. 해킹에 가담한 기무부대 사이버전문요원 한 명도 자수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가 아직도 과거의 망령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듯한 모습은 심히 개탄스럽다. 과거 중앙정보부와 함께 사회 전반에 걸친 무소불위의 월권에 길들여진 보안사가 기무사로 이름을 바꿔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하겠다고 약속한 게 벌써 20년 전이다. 알다시피 기무사의 수사권은 군인, 군무원에만 미치고 민간인은 군형법 관련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권한이 한정돼 있다. 이때도 일일이 영장을 받아야 하는 등 엄격한 법 절차를 지키도록 돼 있다. 그런대로 이 틀을 지켜오던 기무사가 유독 현 정권 들어 잇따라 불법 민간사찰에 연루되는 상황은 공교롭다. 보수적 가치를 공유하는 정권이라는 생각에 인식과 기강이 물러진 탓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이 국민의 헌법적 자유권을 크게 훼손하는 중대한 행위임에도 축소 은폐 시도 등의 구태를 보인 점도 실망스럽다. 이런 행태는 전체적 불신을 자초함으로써 결국 조직에 더 큰 피해를 끼치게 된다. 서울 광주의 두 부대가 공조한 정황 등으로 미뤄 보다 윗선이 개입했으리라고 보는 게 자연스러운 만큼 추호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관련자를 색출하고 책임을 지워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의 사이버공격 등 간접도발이 급증하고 장교들에게까지 종북적 사고가 확산돼가는 상황이다. 이런 정신 나간 짓으로 대북방어역량을 소모할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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