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관계자들이 최근 한국은행을 찾았다. 10원짜리 동전과 관련해 한은 발권국에서 급히 회의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한은 측은 이 자리에서 대형마트측에"물품 가격의 끝전을 10원 단위가 아닌 100원 단위로 해 줄 수 없겠느냐"고 요청했다. 거스름돈 수요 때문에 시중에 10원 동전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형마트측은 난색을 표했다. "10원 단위 가격책정은 대형마트의 중요한 가격 정책으로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결국 한은의 제안은 무산됐다.
'10원 대란'이다. 여기저기서 10원짜리 동전을 구할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도저히 수요를 쫓아가지 못한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10원짜리 동전은 총 2억2,000만개가 발행이 됐지만, 이 중에 회수가 된 것은 고작 990만개에 그쳤다. 환수율이 4.4%에 불과하다. 이 기간 100원짜리 동전 환수율(23.9%)의 5분의1에도 못 미친다.
이유가 뭘까. 이흥모 한은 발권국장은 "일단 소비자의 호주머니에 10원짜리가 들어가면 좀처럼 다시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가 상승에 동전 크기마저 작아지면서 10원동전의 가치가 급격히 추락해, 지갑에 챙겨놓았다 다시 사용하지 않고 사장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거스름돈은 꼬박꼬박 챙기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대형마트나 시중은행들은 10원 동전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점장은 "10원 동전을 구하기 위해 은행들을 돌아다녀도 한 지점에서 5,000원 이상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하루하루 10원짜리 동전과 전쟁을 치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들도 볼멘 소리다. "한국은행에 10원짜리 동전을 더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제대로 공급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은이 10원짜리 동전을 무한정 찍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10원짜리 한 개의 발행 비용은 34원꼴. 액면가의 3배가 훨씬 넘으니,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제대로 유통만 된다면 충분히 공급을 할 수도 있겠지만, 찍어내는 족족 서랍 속으로 들어가는 마당에 요청하는 대로 다 공급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잔돈을 기부하거나 포인트로 적립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각종 대책들을 내놓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그렇다고 중앙은행으로서 동전 부족 현상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지라도 내년에는 10원 동전 공급을 대폭 늘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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