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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도 위험하다… 대홍수 턱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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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도 위험하다… 대홍수 턱밑까지

입력
2011.10.2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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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째 태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 대홍수가 수도 방콕의 턱밑까지 치고 들어오면서 인구 1,200만의 동남아 최대 도시가 황톳물에 잠길 수 있는 최악의 재앙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홍수와의 전쟁에 나선 태국 정부도 '수도 사수'에 실패할 가능성을 인정하며 시민들에게 가재도구를 옮길 것을 요청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21일 AFP통신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방콕으로 향하는 하천의 수문을 열어 방콕 시내를 통과하는 운하와 하수도를 통해 바다로 물을 흘려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쪽에서 몰려오고 있는 홍수를 막기 위해 방콕 외곽 수문을 열어 물을 미리 빼냄으로써 거센 물길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상황을 방지하려는 극약처방이다.

잉락 친나왓 총리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방콕 시민들에게 소지품과 가재도구 등을 높은 곳으로 옮길 것을 요청한다"면서도 "만약의 조치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겁 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잉락 총리는 전날에도 "정부가 물을 영원히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치수 실패를 사실상 인정한 바 있다.

정부가 전략을 바꿔 수문을 개방하기로 하면서 방콕 전역이 홍수 피해를 당할 가능성은 일단 낮아졌다. 그러나 저지대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침수 피해를 면할 수 없을 전망이다. 강물이 흘러가는 경로인 방콕 9개 지역에는 홍수경보가 이미 발령된 상태다. 방콕에서 불과 몇 ㎞ 떨어진 논타부리주는 마을이 이미 진흙탕으로 변해 주민들이 집을 버리고 대피하는 중이고 방콕 시내에서도 짜오프라야강 인근 저지대에는 이미 침수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BBC는 "이제 정부가 방콕의 어느 지역을 살리고 어느 지역을 버릴지를 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내가 홍수에 잠길 가능성이 높아지자 식량과 생수를 사재기하려는 행렬이 이어졌고, 상당수 시민들은 차를 다리 위나 언덕 등 비교적 안전한 곳에 주차해 두는 등 피해 대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지 언론은 방재 작업에 장기간 동원된 군인, 공무원 등이 피로를 호소함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교도소 재소자를 동원해 제방보강 작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7월부터 북부와 중부지방을 차례로 휩쓸고 있는 대홍수로 인해 태국 77개주 중 26개주가 재난지역으로 선포됐고 전 국토의 3분의 1(남한 면적의 1.7배)이 물에 잠겼다. 이미 발생한 피해 만으로도 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1% 포인트 이상 하락할 전망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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