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는 갔지만 리비아의 석유는 그대로 남아있다."
세계적인 경제ㆍ금융 웹사이트 마켓워치(www.marketwatch.com)는 20일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운동에서 리비아가 시장에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카다피가 고향 시르테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자 리비아 재건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관심의 중심에는 막대한 유전 개발권 등 경제적 이권을 노린 서방국의 야욕이 자리잡고 있다. 리비아의 석유 매장량은 443억배럴로 아프리카에서 1위, 세계에서 9위이며 내전 발발 전 하루 생산량은 160만~180만배럴(17위)이었다.
경제적 이권을 노리는 서방국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국가는 프랑스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가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결의한 지 이틀 만인 3월 19일 "국제사회의 최후 통첩을 무시했다"며 군사작전 '오디세이 새벽'의 서막을 열었다. 과도국가위원회(NTC)를 리비아의 합법정부로 처음 인정한 나라 역시 프랑스이며, 리비아 사태 후속 조치 논의를 위한 재건회의 '리비아의 친구들' 의장국도 프랑스가 맡고 있다. AFP통신은 "프랑스가 NTC로부터 원유의 35%를 할당받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공습 기간 시칠리아 섬 공군기지를 시민군에 제공한 이탈리아도 "합법적인 새 정부가 리비아를 통제하면 기존 계약들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며 지분 챙기기를 서두르고 있다.
자국 내 리비아 재산 150억달러를 동결했던 미국의 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CNN머니에 따르면 유엔이 지난달 인도적 지원을 위해 리비아 재산 동결을 해제한 뒤 미 재무부는 최근까지 7억달러를 NTC에 지급했다. 미 재무부 대변인은 "동결 자산을 돌려주기 위해 해외 파트너들과 적극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 동결 자산을 포함, 카다피 일가와 측근이 보유한 자산은 800억~1,500억달러로 추정되는데 이 자금은 내전으로 황폐해진 리비아 재건 사업에 쓰일 전망이다. 국제사회와 NTC는 8월 동결 자산을 단계적으로 해제해 재건에 쓰기로 합의했다.
군사개입에 소극적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도 뒤늦게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NTC의 역할과 지위를 존중하고 리비아 문제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 역시 리비아 재건사업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몇 주 안에 경제 실사단을 파견할 계획"이라며 "리비아의 재정 상황과 거시경제정책 등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앞서 지난달 NTC를 합법 정부로 인정한다면서 필요할 경우 금융지원에 나설 뜻을 시사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석유가 리비아 재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석유를 노리고 여러 나라가 한꺼번에 뛰어들 경우 이들이 벌이는 이권 다툼으로 엄청난 혼란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켓워치는 "리비아가 앞으로 어떤 과정을 밟든, 국제사회는 리비아의 석유를 주시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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