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수마는 태국의 수도 방콕뿐 아니라 8월 취임한 잉락 친나왓 총리의 정치적 입지마저 집어삼킬 기세다. 오빠(탁신)의 후광을 업고 총리직에 올라 '탁신 꼭두각시'라는 비아냥을 면치 못하는 마당에, 위기관리 능력에서 문제점을 노출하며 취임 두 달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100년만의 천재지변이기에 제 아무리 총리라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태국 정부가 홍수 대응 과정에서 사태를 오판하고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은 잉락 총리가 책임질 몫이다.
대표적인 것이 방콕 홍수와 관련해 며칠 사이 말을 바꾼 것. 잉락 총리는 지난 주 "최악의 상황이 지나갔고 방콕은 이제 안전하다"고 큰소리 쳤지만 불과 며칠 만에 "정부의 힘으로 물을 언제까지나 막을 수는 없다"며 실패를 자인했다. 정확한 보고를 받지 못하거나 방재당국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뉴욕타임스는 ▦장관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서로 상반되는 성명이 발표된 점 ▦홍수 대책을 놓고 야당인 민주당 소속 방콕 주지사와 불화를 겪고 있는 점 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총리 자질론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직 경험 없이 정치 입문 두 달 만에 총리가 된 '신데렐라' 정치인이라 사람들의 의구심은 더하다. 두바이에 있는 오빠가 수렴청정하고 있어 잉락 총리가 현장에서 신속하게 결정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피해가 커지면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는 요구가 야당에서 나오는 것도 잉락 총리에게는 부담이다. 신속 대응을 위해 필요한 조치지만 군부에게 막강한 권한을 주게 돼 쿠데타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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