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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를 죽인 부처' 낸 박노자/ "대입 수험 기도·대형 불사 건립…한국의 불교 지나치게 세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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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를 죽인 부처' 낸 박노자/ "대입 수험 기도·대형 불사 건립…한국의 불교 지나치게 세속화"

입력
2011.10.2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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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불교는 자본주의의 병리 현상을 내면화한 개신교와 정체성이 다르지 않습니다. 국가와 유착하고 기복의 상징처럼 돼 버린 건 불교 정신의 변질일 뿐이지요."

한국 사회의 국수주의, 자본주의 문제 등을 비판해온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가 이번에는 세속에 찌든 한국 불교에 죽비를 내리쳤다. 계간 인물과사상에 연재한 글을 묶은 <붓다를 죽인 부처> (인물과사상사 발행)에서다.

그가 불교를 화두로 삼았다는 게 언뜻 생뚱맞아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박 교수는 자신을 "남을 살리는 불교적 삶을 동경하는 불자"라고 자주 말해왔다. <우승열패의 신화> (2005)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2007) 같은 저서에서는 불교적인 생각을 사회과학적인 용어로 설명했다.

이번 책에서 그는 "깨달은 자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붓다'는 고다마 싯다르타의 다른 명칭으로 중국으로 건너가 음역되는 과정에서 한자 '불(佛)'이 됐고 다시 한국에서 '부처'라고 불렸다"며 "부처란 말은 한국화한 불교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붓다, 즉 원리불교를 죽이고 부처(한국화 된 불교)가 된 종교가 국가와 자본에 종속되거나 최소한 편안한 공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박 교수는 고향인 러시아 레닌그라드에서 고등학생 시절 <법구경> 을 읽으며 불교와 처음 만났다. 그가 불교에 '꽂힌' 이유는 연대와 상생이라는 불교의 철학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옛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소련 붕괴과정을 차례로 지켜보며 인간의 폭력성을 고민하던 당시, 상생과 비폭력을 설파했던 불교 경전은 '큰 충격이면서 감동'(44쪽)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정작 불교 문화권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에서 만난 불교는 자신이 경전으로 알던 불교와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불교에는 초자연적인 힘에 대한 믿음이 없다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꼭 신이 있어야 종교가 되는 게 아니니까. 종교는 개인을 압도할 수 있는 인식의 패러다임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부처님께 기도를 하죠. 불교가 세속화하면서 초자연적인 힘이 개입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는 책에서 '대입수험 기도' 같은 기복신앙, 대형 불사 추진 등 한국 불교계의 문제점을 두루 지적하며 불교가 한국에서 국가주의와 결탁해온 과정을 추적했다. 이를 테면 호국불교라는 말은 살인하는 부처 같은 모순적인 단어이지만 '세속오계'를 강조하는 국가(신라)의 지속적인 교육과 불교계의 묵인으로 거부감 없는 단어가 되고 말았다.

"한국의 기독교에는 문제가 없나"는 질문에 그는 "한국 개신교는 자본주의의 이념이 되어버린 느낌"이라며 "대형 교회의 설교를 들어보면 가난을 신앙 부족으로 설명하거나 부자가 되는 걸 신이 바라는 것으로 설명하는데 이는 바로 한국 자본주의의 병리적 현상을 내면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불교의 형편도 기독교와 다르지 않다. 그는 "불교 역시 자본주의와 대립각을 세우는데 실패했고 크게 볼 때 두 종교가 다르지 않지만 불교는 기독교에 비해 힘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초기 불교 교리로 돌아가 '붓다'의 가르침을 되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교를 신앙으로서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사회와 우주를 사색하는 밑거름으로 삼았으면 한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처음 이메일 인터뷰를 청했지만 그는 전화로 이야기 하자고 했다. "최근 10주간 육아휴직을 해서 9살, 10개월 된 두 아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그 편이 시간이 덜 걸린다는 이유였다. 자신의 한국학 수업은 다른 강사가 대신한다. 한국의 대학교수라면 상상조차 못할 일이지만 박 교수는 "노르웨이는 복지가 잘 돼 있어 일반인이 자본주의 모순을 덜 느끼는 게 사실"이라며 "반자본주의 시위도 여기서는 별로 없다"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그가 "꼭 하고 싶은 말"이라며 한 마디 덧붙였다. "저에게 종교는 목적이 아니고 수단입니다. 남과 연대하거나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수단이지요."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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