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린이집 폭행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어린이집 교사들을 비난하는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열악한 환경과 제도의 미비점을 들어 모든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만 돌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 교사 김모(29)씨는 3년째 방광염으로 고생 중이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일과 시간에는 화장실에 갈 겨를이 없어서다. 잠시라도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면 어김없이 사고가 생긴다. 김씨는 "며칠 전 급한 전화가 와서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한 아이가 테이블 위에 올라가 뛰어놀다 떨어진 일이 있어 아찔했다"며 "화장실도 혼자 못 가고, 밥도 혼자 못 먹는 아이들이어서 내내 긴장하며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씨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근무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 하지만 김씨의 퇴근시간은 오후 9시를 넘기기 일쑤다. 화장실 청소부터 설거지, 빨래, 장난감 소독, 각종 서류 업무까지 모두 김씨의 몫이다. 이렇게 일해 받는 돈은 월 120만원. 김씨는 "아이들이 좋아 시작한 일이지만 하루 종일 시달리다 보면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고, 처우도 열악해서 너무 힘들다"고 한숨을 쉬었다.
교사 1인당 맡은 아이들의 수도 너무 많다. 4년차 어린이집 교사인 유모(27)씨가 맡고 있는 만 5세 반의 정원은 15명. 유씨는 "15명이면 굉장히 적은 축에 속한다"며 씁쓸해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학부모 양모(32)씨는 "내 아이를 돌보는 것도 힘이 드는데 교사 1명이 여러 명의 아이를 맡다 보면 자연히 스트레스도 많을 것"이라며 "결국 아이에게 짜증을 내게 되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관리 감독기관인 서울시와 구청의 의지 부족도 한몫 했다. 서울시는 2008년 용산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아동에게 알몸으로 밖에 서 있으라고 체벌한 것이 계기가 돼 국공립과 민간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 설치를 권고, 무료로 달아줬다. 그러나 추진 과정에 교사들의 인권침해 논란이 빚어졌고, 많은 수의 어린이집이 CCTV를 떼버렸다. 서울시도 어물쩍 넘어가 총 5,870곳의 어린이집 중 CCTV가 설치된 곳은 147군데(2010년 말 기준)에 불과하다.
서울 시내의 한 어린이집 원장(45)은 "교사가 아동을 때린 건 어떤 변명의 여지도 있을 수 없지만 정부 역시 자격미달인 어린이집을 잘라내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며 "국공립 어린이집은 관할 구청에서 심사를 거쳐 원장을 선발하지만 한번 뽑으면 웬만해서는 바뀌는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교육과 실습만으로도 보육교사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해 검증되지 않은 교사들이 양산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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