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하루 12시간씩 나흘을 일하고 이후 나흘을 쉬는 파격적 근무제도를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포스코 제철소 근로자들은 근무하는 날에는 남들보다 50%(4시간) 정도 더 일하는 대신, 1년에 절반이 넘는 190일(공휴일포함)을 쉬게 된다. 많이 일하고 많이 쉬는 새 근무형태는 국내 대형사업장의 근로형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몰고 올 전망이다.
포스코는 이번 주부터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서 4조2교대 근무를 전면 도입했다고 20일 밝혔다.
포스코는 원래 4조3교대 근무제였는데, 작년 7월부터 4조2교대 근무를 시범 운영한 결과 반응이 좋았고 이 제도에 대한 근로자 찬반 투표에서도 94%가 찬성의사를 밝혀 전 사업장에서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4조2교대 근무는 유한킴벌리에서 처음 시작했지만, 대형 사업장에서 전면 시행에 들어간 건 포스코가 처음이다.
지금까지 시행된 4조3교대 근무제는 ▦첫 주는 오전조 ▦다음 주는 오후조 ▦그 다음주는 야간조로 근무하는 방식이다. 매주 출퇴근 시간이 달라 생체리듬이 깨지는 바람에 몸이 힘들었고, 특히 야간근무가 걸리는 주에는 피곤을 배로 느낀다는 게 근로자들의 불만이었다.
이에 비해 4조2교대 근무제는 일주일이 아닌 8일을 기준으로 하는 근로모델이다. 주간 근무 2일, 야간 근무 2일 후 4일 연속 휴일을 갖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월ㆍ화요일에는 주간 12시간 근무 ▦수ㆍ목요일에는 야간 12시간 근무를 한 후 ▦금ㆍ토ㆍ일ㆍ월요일에는 연속 휴무를 갖게 된다.
4조3교대에서 4조2교대로 바뀌면서 연간 근무일은 262일에서 175일로 줄어들지만, 근무시간은 기존 1,920시간이 유지된다. 일하는 날의 근로시간이 하루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어나기 때문. 대신 휴일은 연 103일에서 190일로 87일이나 늘어난다. 1년 365일 가운데 절반 이상을 쉬게 되는 것이다.
4조2교대 시행 시 가장 우려됐던 것은 생산성 저하. 12시간을 일할 경우 아무래도 작업효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코 관계자는 "교대횟수를 하루 3번에서 2번으로 줄이는 것만으로도 생산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4조3교대 때 524회였던 직원 한 명당 연간 교대 횟수는 4조2교대에서 349회로 줄어드는데, 교대 시간이 10~20분 정도로 걸리는 만큼 연간으론 1인당 최대 60시간이 생산에 더 투여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양제철소 제2열연공장의 경우 4조2교대를 시범 시행했던 작년 10월부터 제품의 불합격률이 1%에서 0.6%로 낮아졌다.
또 우수 제안 건수도 늘어 4조3교대 시 월 평균 4.3건에서 4조2교대에선 10.6건으로 많아졌다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자투리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고 휴일을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회사는 생산성이 높아져 '윈 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12시간 근무에 따른 피로도 등을 감안해 휴게 공간등도 별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재 다른 국내 대기업에선 4조3교대가 대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휴대폰 등 주요 생산라인 근로자에 대해 4조3교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LG전자는 제품라인과 평상ㆍ성수기에 따라 3교대와 2교대를 섞어 운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조 맞교대(한 주는 주간 12시간, 다음 한 주는 야간 12시간)를 택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근무형태에 정답은 없다. 각 기업마다 생산라인의 특성에 따라 적합한 근무형태를 갖는 것"이라면서도 "포스코의 4조2교대는 타 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향후 노사협상에서 포스코식 모델 도입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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