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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한지업체 엘리안스코리아 이재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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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한지업체 엘리안스코리아 이재식 대표

입력
2011.10.2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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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 종이인 한지(韓紙)는 예로부터 기록용이나 포장용 등으로 널리 쓰인 선조들의 생활필수품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서기 750년경 한지에 간행됐는데 지금까지도 보존상태가 완벽에 가까울 정도다. 그래서 ‘천년 한지’로 불리며 그 명맥을 이어 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지가 설 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외국인은 물론이고 한국인조차 찾는 이가 많지 않다 보니, 생산업체는 점점 영세해질 수밖에 없고, 그 수 또한 급격히 줄면서 사양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국내 한지가 지난 2007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미국 뉴욕 관저 내 게스트룸을 비롯해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장 입구와 오찬장 곳곳을 장식하면서 국내외에 우수성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은 인식이나 관심이 전반적으로 낮은 게 사실이다.

이재식(47) (주)엘리안스코리아 대표이사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지에 대해) 전혀 몰랐고, 관심조차 없었다”고 했다.

그런 그가 한지와 첫 인연을 맺은 건 2008년 5월. 당시 스웨덴에서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장비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이 대표는 국내에 들러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송하진 전주시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당신도 한국사람이니 우리나라 종이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려 하는데 도와달라”는 송 시장의 부탁을 받은 그는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을 설득해 그 해 10월 한지 페스티벌을 개최하도록 다리를 놓았다. “애국심에서 도와드렸는데 스웨덴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우리 옛 것을 세계에 알리면서 사업도 괜찮은 아이템이 ‘바로 이 거다’ 싶었죠.”

이후 전주시와 전주한옥마을을 오가며 전주한지상품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그는 2009년 7월 한지로 각종 제품을 제작ㆍ 판매하는 (주)엘리안스코리아를 세워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지난해 9월 한지로 만든 양말과 손수건, 넥타이 등의 패션잡화와 생활용품 브랜드 ‘참한지’를 출시했고, 올 3월에는 스카프 등 여성패션과 뷰티제품의 ‘경국지색’ 브랜드까지 추가해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 회사 제품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 예술의 전당, 한국수출입은행, 코엑스, 에버랜드 등에 납품되고 있다. 앞으로는 한지를 이용한 섬유제품 전반과 문구, 팬시용품에 이어 화장품, 미용용품, 인테리어 소품까지 생산하기 위한 설비를 구축 중이다.

지난 18일에는 의미 있는 행사도 가졌다. 한지 제품들을 전문으로 판매하면서 전주한지의 우수성도 알리는 프랜차이즈 형식의 매장인‘전주한지문화원’ 국내 1호 점을 부산에 오픈한 것. 이 대표는 “한지에 대한 인식이 국내에서조차 너무 낮다”며 “전주한지이지만 지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멀게 느껴지는 부산이 오히려 상징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 출신이기도 하다.

사실 전주한지문화원은 단순한 매장이 아니다. 한지 작가들의 작품 전시회를 비롯해 주부와 학생 등 일반인들과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체험 및 학습의 장도 마련됐다. 다양한 한지제품도 만날 수 있는, 갤러리 형태의 매장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국내에 전주한지문화원 200호 점을 오픈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지상품 세계화 선도기업’이라는 슬로건답게 세계시장 공략도 준비 중이다. 내년 상반기 3년 전 한지 페스티벌을 열었던 스톡홀름에 해외 매장 1호 점을 낼 계획. “한지제품 중에서도 벽지로 우선 승부를 걸 생각입니다. 북유럽 전체가 벽지를 거의 쓰고 있는데 한지벽지가 가격과 품질, 친환경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이 아주 높거든요. 언젠가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우리나라 종이의 우수성을 인정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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