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와 카드사 간의 합종연횡이 본격화하고 있다. 2년 전 SK텔레콤이 하나금융과 합작해 하나SK카드를 출범시킬 때만 해도 전업(專業) 카드사들은 "카드사의 제휴업체 중 하나였던 통신사들이 아예 우리 밥그릇을 빼앗으려 한다"며 경계의 눈초리를 보냈었다. 하지만 최근 일년 새 이들은 서로 으르렁대는 적에서 동지로 돌변했다. 올 2월 KT가 비씨카드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는가 하면,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통신3사와 모두 제휴해 모바일카드를 공격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모바일과 카드 간 융합을 막을 수 없다면 합심해 새로운 영역에서 '윈윈'하자"는 전략의 변화가 그 밑에 깔려 있다. 신영증권은 "전 세계 모바일 결제 거래량이 2010년 3억2,000만 건에서 2014년에는 35억 건으로 연평균 83%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와 KT는 다음달 근접무선통신(NFC)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모바일카드 결제시스템 구축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NFC는 일정 거리 내에서 무선으로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 모바일카드가 사용자의 결제정보를 결제 단말기에 단순히 송신하는데 그쳤다면 NFC는 송신은 물론 수신까지 가능하다. 스마트폰으로 물건 값을 지불하는 것 외에 매장 결제기에서 즉석으로 할인 쿠폰을 받아 사용하는 등 쌍방향 서비스가 가능하단 얘기다. 이종호 비씨카드 사장은 지난 3월 취임식에서 "비씨카드의 정체성을 재정립할 때"라며 모바일카드를 역점사업으로 꼽았는데, KT와 합심해 비로소 결실을 맺게 됐다.
2009년 말 SK텔레콤이 하나금융지주의 하나카드 지분 49%를 인수하면서 합작법인 형태로 탄생한 하나SK카드는 모바일카드 시장에서 가장 전투적이다. 덕분에 올해 3분기 기준으로 모바일카드 13만장을 돌파, 이 시장에서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다. 신용카드 시장 전체로 볼 때 하나SK카드가 5.4%의 점유율로 업계 6위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모바일카드 시장을 무시했던 카드사들이 서둘러 태도를 바꾸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하나SK카드가 최근 밀고 있는 서비스는 '터치 스탬프 서비스'다. 모바일카드 사용 누적액에 따라 무료ㆍ할인 쿠폰이 모바일카드에 자동적으로 쌓이는 게 특징이다.
카드시장에서 점유율 21%로 업계 1위인 신한카드도 시각이 달라졌다. 카드 산업의 기득권이 통신사로 넘어가면 가장 타격이 큰 탓에 신한카드는 그간 모바일카드 시장이 커지는 것을 가장 경계해왔다. 하지만 최근엔 최신 휴대폰이 나오는 즉시 모바일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신한카드는 20일 LG유플러스와 제휴해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용 모바일카드를 출시했다. 모바일카드 가맹점 및 온라인 쇼핑몰 모두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카드업계에선 유일하게 통신3사와 제휴해 모바일카드를 발급하고 있기도 하다. 신한카드 측은 "한 통신사와 특별한 관계를 맺기 보다는 새 기술이 나오는 것에 맞춰 제휴하고 있는 통신3사 휴대폰 모두에 전자지갑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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