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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벼랑 끝에서 이대호 한방 "끝장 승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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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벼랑 끝에서 이대호 한방 "끝장 승부 가자"

입력
2011.10.2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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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4번 타자 이대호(29)는 그 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다.

올시즌 타율(0.357)과 최다 안타(176개), 출루율(0.433) 등 타격 부문 3관왕에 올랐지만 정작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부진했다. 특히 찬스에서 번번이 범타로 물러나며 해결사 본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1~3차전 성적은 타율 1할6푼7리에서 2안타. 타점은 한 개밖에 없었으며, 삼진도 3개나 당했다.

마침내 잠자던 거인이 깨어났다. 이대호는 20일 4차전에서 1-0으로 살얼음판 리드를 이어가던 6회 바뀐 투수 이영욱의 높은 커브를 잡아 당겨 승부의 흐름을 돌려 놓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이번 플레이오프 17타석 만에 나온 첫 번째 홈런이자 개인 통산 4번째 포스트시즌 대포. 부진했던 자신은 물론 탈락 위기에 몰린 팀을 구해낸 홈런이었다.

‘왜 이대호인가’를 입증한 타격이었다. 이대호는 초구 137km짜리 바깥쪽 직구(스트라이크)와 2구 138km짜리 바깥쪽 직구(볼)에 모두 방망이를 내지 않았다. 그리고 3구째 107km짜리 커브가 들어오자 그제서야 방망이를 돌렸다.

사실, 커브에 완벽한 타이밍을 잡고 있지는 않았다. 이대호는 그러나 이미 타격을 위해 시동을 건 상황에서 느린 변화구가 들어오자 타이밍을 한 박자 늦추며 스위트 스팟(배트 중심 부분)에 정확히 공을 맞혔다. 맞는 순간 롯데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뛰쳐나올 만큼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2회 첫 타석에서 잘 맞은 타구가 우익수 정면으로 가는 불운이 따른 이대호는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3루수 땅볼, 8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스탠딩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6회 터진 솔로홈런 한 방으로 이대호는 이날 자기 몫을 충분히 다했다.

이대호의 홈런이 갖는 가치는 또 있다. 정규시즌에서 이대호는 홈런을 터뜨릴 때 마다 “아내에게 바치는 홈런”이라고 했다. 현재 임신 7개월인 그의 아내 신혜정씨는 출산을 앞두고 값진 선물을 받게 됐다.

걱정이 많았던 양승호 롯데 감독도 한 시름 덜게 됐다. 양 감독은 그 동안 “언젠가 이대호의 방망이가 터질 것”이라며 두터운 신뢰감을 보였다. 홈런이 터지는 순간, 이대호 보다 더 기뻐한 양 감독이었다.

경기 후 이대호는 “솔직히 지금 감으로는 홈런을 노릴 수 없다”며 “최대한 편안하게 치려고 한다. 지금까지 힘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가볍게 치려고 한 것이 잘 맞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부담이 많았다. 그럴수록 이겨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날 홈런으로 팀이 이기는 데 보탬이 돼 무척 기쁘다”고 밝게 웃었다.

롯데는 이대호의 솔로 아치와 4회 구원 등판한 장원준의 역투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두고 전날 영패를 하루 만에 깨끗이 설욕했다. 시리즈 전적 2승2패를 만든 롯데는 장소를 홈인 부산 사직구장으로 옮겨 22일 마지막 5차전 승부를 펼친다.

롯데는 2차전 승리 투수인 오른손 에이스 송승준, SK는 1차전 선발로 나왔던 왼손 에이스 김광현을 각각 선발로 출격시켜 ‘끝장 승부’를 벌인다.

마운드에서는 1차전 선발이었던 장원준이 나흘 만에 마운드에 올라 혼신의 피칭을 했다. 0-0이던 4회 1사 1루에서 선발 부첵을 구원한 장원준은 8회 1사 후 임경완에게 공을 넘겨줄 때까지 4이닝 1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히 틀어막아 승리 투수가 됐다. 포스트시즌 5경기 만에 거둔 생애 첫 승. 장원준은 데일리 MVP에 뽑혀 상금 100만원과 함께 100만원 상당의 호텔 숙박권을 받았다. 9회 등판한 마무리 김사율은 1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 2차전에 이어 2세이브째를 따냈다.

홈에서 한국시리즈 진출 의욕을 불태웠던 SK는 4안타의 빈타에 허덕이며 영패를 당했다. SK가 포스트시즌에서 1점도 뽑지 못하고 진 것은 2009년 10월22일 KIA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0-3 패) 이후 2년 만이다. 플레이오프에서는 12경기 만에 첫 영패를 당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인천=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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