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선발 부첵이 모든 이들의 예상과 달리 정말 잘 던졌다. 4차전 승리의 숨은 공신이다.
부첵은 직구와 슬라이더만 던지는 ‘투 피치 스타일’이다. 이날 직구는 공끝이 묵직했고, 슬라이더는 낮게 들어왔다. 3~4개의 실투는 너무 높게 들어와 SK 타자들의 방망이가 나가지 않았다. 오히려 득이 된 셈이다. 부첵의 공에 SK 타자들이 적응할 때쯤 양승호 감독은 투수를 적절히 바꿨다. 장원준까지 나오는 투수 교체 타이밍이 매우 좋았다.
장원준의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는 모두 스트라이크가 아닌 유인구였다. SK 타자들은 자신만의 타깃을 만들어 치지 못하고 급하게 방망이를 내밀었다. 장원준-강민호 배터리가 이를 잘 역용했다. 15승 투수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마운드에서 확실히 여유가 있었다.
롯데의 문제는 타선이었다. 9안타에 단 2점을 뽑아내는 데 그쳤다. 강민호와 전준우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1, 2루간으로 빼는 타구를 날려야 하는데 스윙이 대체적으로 컸다. 작전이 나왔을 때 팀 배팅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5차전을 이길 수 없다.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SK 선발 윤희상은 포크볼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스트라이크를 잡는 포크볼과 타자를 유인하는 포크볼의 구위 차이가 거의 없었다. 5회 홈으로 파고들던 롯데 2루 주자 조성환과 부딪혀 손가락에 부상을 입긴 했지만 SK 타선이 초반 1, 2점만 뽑아줬다면 좀 더 여유 있게 마운드 운용을 했을 것이다. 이영욱이 이대호에게 맞은 홈런은 제대로 꺾이지 않은 커브였다. 타자들이 제일 쉽게 홈런을 칠 수 있는 공이다.
롯데 송승준은 김광현보다 하루를 덜 쉬고 5차전에 나선다. 단기전에서 하루 차이는 엄청나다. 피로 회복이 쉽지 않다. 1995년 20승 투수였던 LG 이상훈이 정규시즌 막판 하루를 덜 쉬고 자진 등판해 포스트시즌까지 제 구위를 찾지 못했던 게 기억난다. 가까운 예로는 준플레이오프의 KIA 윤석민을 들 수 있다. 섣불리 승부를 예측할 순 없지만 그래도 무게감은 송승준이 더 있다.
전 LG 코치ㆍ중앙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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