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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 해로 美 90대 부부, 죽음도 떼놓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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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 해로 美 90대 부부, 죽음도 떼놓을 수 없었다

입력
2011.10.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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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을 해로한 부부가 한날 한시에 죽었다. 남편은 “아내와 같이 삶을 마감하고 싶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의학적으로 숨을 거두고도 1시간 동안 생명의 끈을 부여잡았다. 미국의 한 농촌마을에서 일어난 일이다.

고든 이거(94)와 노마 이거(90) 부부는 12일(현지시간) 오전 차를 몰고 아이오와주 스테이트센터의 자택을 떠나 고속도로로 향하다 사고를 당했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두 사람 모두 여러 군데 골절상을 입은 상태였다. 노령에 심각한 부상까지 겹친 부부가 소생할 가망은 별로 없어 보였다.

일반 병실로 옮겨진 부부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을 준비했다. 오후 3시38분 남편이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아내의 손을 꼭 잡은 채 사망한 것이다. 순간 심장 모니터를 지켜보던 자식들은 깜짝 놀랐다. 미세하게나마 아버지의 심장이 뛰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 데니스는 “두 분이 맞잡은 손을 통해 어머니의 심장 박동이 아버지에게로 전해졌을 것”이라며 “아버지는 평소 ‘여자는 기다려줄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고든의 심장은 정확히 1시간 후 아내 노마가 숨졌을 때 멈췄다.

두 사람은 1939년 5월 노마의 고교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후 세상을 등지기까지 단 하루도 서로의 곁을 떠난 적이 없다. 자동차 대리점을 운영할 때도, 유제품 사업을 할 때도, 심지어 스포츠팀을 응원할 때도 부부는 늘 함께였다. 자녀 4명과 손자 14명, 증손자 29명, 고손자 1명 등 대가족은 부부가 변함없는 사랑으로 이뤄낸 결실이다. 손자 랜디는 “할아버지는 사람이 이혼하는 이유를 ‘서로를 기다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사고 직후 의식이 꺼져가면서도 할머니의 안부를 물었다”고 말했다.

죽음도 부부의 사랑을 갈라놓지는 못할 것 같다. 미국 abc방송은 “두 사람은 18일 열린 장례식에서 처음 손을 맞잡았던 72년 전 모습 그대로 함께 묻혔다”고 전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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