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 교체를 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이 20일 보도했다. 대성당은 2013년 건축 850년을 앞두고 종 5개 가운데 4개를 교체키로 했다. 교체 대상은 1856년 제작한 것이다.
패트릭 자킨 대성당 주임신부는 "종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17세기에 울려 퍼졌던 은은한 소리를 복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체 대상에서 제외된 종은 1681년 만든 것으로 엠마누엘로 불린다. 엠마누엘은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 중 가장 크고 오래됐으며 유럽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때문에 교황의 파리 방문 또는 대통령의 장례식 등 중요 행사 때 이 종을 울린다. 나머지 4개는 프랑스 대혁명 당시 대포나 무기를 만들기 위해 녹였던 대성당의 종을 나폴레옹 3세가 아들의 세례를 기념해 제작한 것이다. 이들 종은 1856년 이후 제1차 세계대전 종식(1915), 파리 해방(1944) 등 역사적 순간마다 울렸으며 최근 9ㆍ11테러 희생자를 기릴 때도 울렸다.
종 교체 반대론자들은 엠마누엘처럼 4개의 종도 역사 유산이므로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황에게 보존 요청 편지를 보내는 등 보존 운동에 적극적인 가수 페르난도 가브리엘리(48)는 "역사의 상징인 종을 교체하는 것은 범죄와 다름 없다"며 "대성당의 종소리는 세계적인 음악"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유산을 보호하는 비영리단체의 자비에 질베르는 "대성당의 종은 프랑스의 상징이자 세계적인 유산"이라며 "중요 순간마다 울렸던 종을 교체하면 후세대가 종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종 생산공장 운영자 필립 파카르는 "종은 사람과 같아서 언젠가 수명을 다한다"며 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종을 포함, 파이프오르간 등 노후 시설을 대대적으로 보수하는 공사를 올해 말 시작할 계획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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