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목표 주가를 올리면 정작 주가는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사전 정보 유출까지 의심하는 분위기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7~9월 국내 증권사가 목표 주가를 높인 상장 종목 235개(중복 포함) 중 10거래일 뒤 주가가 하락한 비율이 63%(148건, 평균 수익률 -4.14%)에 달했다.
희한하게도 목표 주가를 올리기 10거래일 전에는 주가가 상승한 비율이 59%(138건, 평균 수익률 1.11%)로 오히려 양호했다. 증권사의 장밋빛 전망과는 거꾸로 간 셈이다.
사실 증권사의 목표 주가는 믿을 게 못 된다는 건 증시의 오랜 속설이다. 장삿속 때문에 대부분 상승을 점치는데다, 주가에 이미 반영된 정보를 망라해 작성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증권사가 주가 목표를 올리면 팔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그래서 똑똑한 투자자는 증권사의 종목 분석을 참고만할 뿐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그러나 증권사 간판을 걸고 내놓는 분석과 전망이 워낙 반대로 가다 보니 미공개 정보가 미리 외부로 빼돌려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실제 그런 정황도 일부 포착되고 있다.
'갑'인 운용사 펀드매니저 등에게 '을'인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사전 입수한 정보를 흘려주는 방식으로 해당 종목을 미리 사게 한 뒤 보고서가 나오면 팔아 수익을 내게 한다는 것이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는 기업설명회와 기업탐방 등을 통해 수시로 접촉하고, 증권사 차원에서도 만남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유착이 가능한 구조다. 게다가 대화 중 무심코 흘러가는 정보도 많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S증권사의 경우 애널리스트가 기업분석 보고서 공표 이후 24시간이 지날 때까지 소속 증권사와 임직원이 매매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무시하고 매매했다가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현장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한 애널리스트는 "요즘엔 메신저는 물론이고 휴대폰 문자메시지까지 감시를 받는 상황"이라며 "사전 유출이 있다면 다른 기관에서 해당 종목을 더는 사지도 않을 테니 길게 보면 결국 애널리스트만 손해"라고 항변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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