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21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경내에서 ‘시월 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라!’라는 이름의 국화 축제를 연다. 조계사 주지 토진(51) 스님은 20일 “세상 사에 쫓겨 단풍 구경 갈 여유가 없는 시민들에게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도록 해주려고 행사를 마련했다”고 했다.
100만 송이가 넘는 국화로 가득 메운 조계사 경내는 그야말로 꽃대궐이다. 높이 3m, 폭 4m의 코끼리 모양과 하트 모양 등 국화다발이 대웅전 앞을 장식하고 각양각색의 국화가 조계사 도량을 울긋불긋 물들였다. 15톤 트럭 11대 분량의 국화는 모두 전남 함평군에서 옮겨 온 토종이다. 조계사는 국화꽃을 무료로 전시하는 대신 축제 기간 동안 함평에서 재배한 농ㆍ특산물을 경내에서 팔 수 있도록 장터를 열어주기로 했다.
‘시월 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라!’에는 스쳐 지날 수 없는 인생의 심오한 진리가 담겨 있다. 토진 스님은 “성철 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구절을 도용한 것”이라고 농으로 운을 떼며 “10월에 피는 국화를 9월에 피울 수 없음을 말하고 싶었다”고 선문답을 남겼다.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는데 너나할것없이 제 욕심만 앞세우는 현 세태를 꼬집고 싶었던 것일까.
토진 스님은 국화 축제가 시작되는 21일엔 직접 구운 국화빵을 축제에 온시민들에게 팔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보탤 계획이다. 스님은 “제대로 맛을 내기 위해 유명한 인사동 국화빵 할머니의 비법을 전수받았다”며 “스님이 만든다고 우습게 보지 말라”고 너스레를 놓았다. 행사를 준비하는 한 관계자는 “조계사 구내식당 ‘승소(僧笑)’에서 국수 한 그릇(4,000원) 드시고 경내 카페에서 더치커피 한 잔(1,000원) 드시면서 국화축제를 구경하면 1만원으로 하루가 행복할 것”이라며, “대신 주지 스님이 만드시는 국화빵 좀 많이 사달라”고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축제 첫 날 오후 6시엔‘꽃이 되어요’라는 제목의 기부 음악회가 열리고, 25일엔 실버 예술제, 29일은 국화 영산재 등 볼거리와 문화 행사도 풍성하게 마련돼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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