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교체를 발표하면서 "일신상의 문제이며, 경질 등 다른 성격은 없다"고 밝혔다. 보스턴에 있는 터프츠대의 플레처스쿨 학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보즈워스는 국무부가 있는 워싱턴에는 일주일에 2~3일 체류하며 대북문제를 총괄했다. 이 때문에 '파트타임 대북대표'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가 교체됨으로써 북한 문제는 상근직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정책기조의 급박한 변화는 아니더라도 협상국면에 대비해 진용을 갖추는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더구나 내년 대선을 앞둔 지금은 전략적 인내로 압축되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예상되는 시점이다. 후임으로 내정된 글린 데이비스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재 미 대사의 대북전략은 장기적으로 3차 핵실험 등 북한의 추가도발을 막기 위한 '관리적 개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데이비스 내정자는 북한 문제 경험이 많지 않으나 핵 문제를 오래 다뤄 대북문제 총괄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그와 보조를 맞출 6자회담 신임 특사 클리포드 하트 역시 북한에 정통하지 않아 한미공조 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한 미 대사로 옮긴 성 김의 후임인 하트는 해군참모총장 외교보좌관 출신이다.
미국의 대북라인 교체와 맞물려 나머지 6자회담 당사국들도 북핵 협상 라인을 교체하고 있다. 한국의 6자 수석대표는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서 임성남 본부장으로,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에서 리용호 외무성 부상으로 바뀌었다. 중국과 러시아의 6자 수석대표도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24~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2차 대화에 나서는 북미는 신경전에 돌입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19일 이타르타스 통신과 서면 인터뷰에서 '조건 없는 6자회담 조기 재개'를 주장해 한미가 요구한 핵 협상 전제조건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제네바 회담은 북한의 핵폐기에 대한 진정성을 탐색하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 변화를 압박했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은 "북미 회담은 북한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한 것이며, 비핵화의 구체적인 조치를 이뤄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북한도 협상에서 미국으로부터 받아낼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협상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중단, IAEA 핵사찰단 수용 등의 사전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2차 북미대화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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