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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의 탐욕, 거액 배상금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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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의 탐욕, 거액 배상금 문다

입력
2011.10.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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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시위대의 성난 외침이 부자들을 향한 단순한 시기심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세계 최대 금융사 씨티그룹이 고객에게 위험을 알리지 않고 복잡한 파생상품을 팔았다가 거액의 배상금을 물게 된 것이다. 위험자산에 투자해 고객의 돈을 날리면서, 자신들은 수수료 명목으로 거액을 챙긴 게 사건의 핵심이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연계상품을 팔면서 투자자에게 위험을 미리 알리지 않은 혐의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2억8,500만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SEC와 합의했다. 이 금액은 투자자들이 입은 손해와 이자 그리고 9,500만달러의 벌금을 포함한 것이다.

SEC는 "씨티그룹이 2006년에 이미 주택시장의 침체를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모기지 연계 상품 10억달러어치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실제 2007년 말부터 미국의 주택시장은 급격한 침체를 겪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며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수억달러의 손해를 보았고 씨티그룹은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1억6,000만달러를 벌었다. 게다가 씨티그룹이 주택시장이 침체됐을 경우 수익을 얻는 상품에 베팅하면서도 이를 투자자에게는 비밀로 한 사실도 드러났다.

씨티그룹은 SEC가 밝힌 세부 혐의에 대한 언급을 피했지만 "이 문제를 이제 매듭짓고 경제회복에 기여하는데 힘을 모을 수 있게 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고의적인 의도로 그런 일을 한 게 아니라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일 뿐"이라는 해명을 덧붙였다. SEC와 합의가 이뤄진 만큼 이번 사건으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는 은행 임직원은 없을 전망이다.

씨티그룹은 올해 3분기에만 38억달러의 이익을 올리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거뒀기 때문에 배상금이 은행 경영에 짐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금융위기 당시 국민 혈세로 조성된 450억달러의 천문학적 구제금융을 받아 파산을 모면한 씨티그룹의 사기 행각이 드러나면서, 대형 금융회사의 도덕성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골드만삭스와 JP 모건체이스가 비슷한 혐의로 벌금을 낸 데 이어 씨티그룹마저 같은 사건에 연루되면서 월가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을 전망이다.

미국 4대 은행 중 두 곳(씨티ㆍJP모건체이스)은 고객을 속였고 앞서 다른 한 곳(뱅크오브아메리카)은 모기지 대출 부실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한 칼럼니스트는 "씨티그룹 사례는 월가 시위가 발생한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것에 충격을 받을 게 아니라 왜 시위가 좀 더 일찍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점에 더 놀라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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