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오스트리아 빈, 우리가 보통 비엔나라고 부르는 곳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12일부터 15일까지 빈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와 세계편집인포럼에 여러 신문사에서 모인 기자들과 함께 참가했다. 이 행사는 매년 세계의 신문사 발행인과 편집인들이 모여 신문산업의 발전과 저널리즘의 미래를 고민하는 회의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다. 올해는'인쇄에서 다음 단계로(Taking publishing to the next level)'라는 주제로 종이신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전략들이 소개되었다. 포럼에서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활용하는 전략, 뉴스콘텐츠 유료화, 신문의 다양한 혁신 사례들이 발표되었다.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인구가 많은 개발도상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신문은 더 이상 성장하는 산업이 아니다. 디지털 기술 발전의 속도가 특히 더 빠른 우리나라에서 신문의 위기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수준이어서 신문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이런 포럼은 유용하고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빡빡한 포럼 일정 속에서도 비엔나라는 음악과 문화의 도시가 주는 유혹은 무척이나 큰 것이어서 나를 비롯한 참가자들은 포럼 일정을 마치면 부지런히 비엔나를 보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합스부르그 왕가의 부와 영예를 드러내는 역사의 흔적들이 즐비했다. 거리의 건물 하나하나가 마치 중세의 도시에서 튀어나온 듯 웅장했고, 여행안내서에 나오는 궁전들, 박물관들, 미술품들은 한껏 우리 일행들의 눈과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었다.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던 출장이었다.
비엔나에는 TV에서 볼만한 쇼나 드라마가 없다고 한다. 우리처럼 화려한 춤과 노래를 보여주는 아이돌 스타도 없다. 그 대신 비엔나에서만 하루 저녁에 700~800개의 크고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고 한다. 문화보험이라는 것도 있어서 은퇴 후에 연금을 받듯 다양한 공연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보험에도 많이 가입을 한다고 한다. 우리와 너무 다른 문화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여유로운 삶과 문화가 부러웠다. 그런데 우리 일행에게 가장 큰 충격 중의 하나는 그곳의 카페 문화였다. 스타벅스, 카페베네 같은 커피전문점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어쩌면 너무도 낯선 풍경과 문화. 1904년부터 영업을 했다는 한 카페는 메뉴판에 그 카페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있었다. 그 카페는 1904년부터 오스트리아의 신문과 다른 외국의 신문들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제일 먼저 쓰고 있었다. 다양하고 맛있는 커피를 제공한다는 자랑은 그 다음이었다. 실제 그 카페에서는 다양한 여러 신문들을 스크랩(우리가 예전에 보던 나무 막대기로 좌철한 신문 스크랩)하여 올려놓는 선반들이 있었고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신문을 가져다 읽고 있었다. 이 유서깊은 카페는 심지어 무료 와이파이도 되는 첨단기술도 갖추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마치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듯 카페의 정경과 메뉴판을 사진에 담았다.
문화와 역사는 만들어 가는 것이다. 신문을 읽는 문화도 마찬가지다. 오스트리아는 신문구독률이 높은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신문을 읽는 카페는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신문을 스크랩해서 제공하는 것에서 자부심을 느끼는 카페 문화는 신선함을 넘어 부러움마저 일었다. '인쇄 그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것만큼이나 '지금의 신문 읽는 문화'를 고민해야 한다는 숙제를 잔뜩 안고 왔다.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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