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이름난 특급호텔에는 외국인 셰프(주방장)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 요리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콧대 높은 사람들인데, 음식만큼이나 취미 활동에서도 개성을 뽐내고 있어 호텔가에선 늘 이들이 화제다. 그러다 보니 '아트 셰프'란 별명까지 얻었다.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의 총주방장인 제라드 모지니악(64ㆍ프랑스) 셰프는 '록커'로 유명하다. 1970년대 영국의 전설적 록 밴드인 '롤링 스톤즈'의 기타리스트인 키스 리처드의 전속 요리사 생활을 하면서 록 음악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롤링 스톤즈와 가깝게 지내면서 세계적 뮤지션들을 자주 만나게 됐고, 1971년부터 80년까지 약 10년간은 아예 요리사 생활도 접고 자신의 록 밴드인 '지노 앤 더 샤크스'를 결성, 싱어로 활동하기도 했다.
14세 때 요리에 입문해 프랑스 영국 이집트 모로코 등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 호텔에서 40년 경력을 쌓았고 지금은 예순이 훨씬 넘은 나이지만, 여전히 노래와 작사를 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 6월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한 록 페스티벌 무대에 직접 올라 5,000여명 관중 앞에서 자작곡을 불렀다. 지금도 짬이 나면 외국인들이 많은 이태원을 찾아 음악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르네상스 서울 호텔의 비텍 세슈라(43ㆍ폴란드) 총주방장은 지난해 8월 이 호텔에 부임하기 전 필리핀 세부 메리어트 호텔 총주방장으로 근무했다. 어릴 때부터 사진 찍기를 좋아했던 그는 이 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카메라 렌즈에 담으면서 사진작가로 활동했고, 현재 호텔 내에서도 사진동아리를 이끌고 있다.
특히 올 2월부터는 전 세계 폴란드인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찍은 사진을 다양한 요리 레시피와 함께 소개하는 요리 블로그(zmagazynu.blogspot.com)를 운영 중인데 월 평균 방문자가 1만5,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는 "한국의 우수한 음식문화를 알리기 위해 김치전와 김치찌개와 같은 한식요리도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케이이치 와타나베(49ㆍ일본) 주방장이 15년째 푹 빠져 살고 있는 별난 취미는 도예다. 자신이 만든 요리를 직접 만든 그릇에 담아내고 싶던 차에 한 지인을 통해 도예를 배우게 됐다고 한다. 한 달에 한번, 종로구 삼청동의 도예공방인 '인클레이주'를 찾아 도자기를 빚고 있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녹차를 마실 때 쓰는 유노미 찻잔. 그는 "요리뿐만 아니라 고객의 눈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아름다운 그릇을 만들 때에도 보람을 느낀다"고 웃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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