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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장-팀 쿡 CEO 회동 후 관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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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장-팀 쿡 CEO 회동 후 관계는

입력
2011.10.1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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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특허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서로 화전(和戰) 양면작전을 병행하고 있다. 한쪽에선 한 치 양보 없이 싸우고, 다른 한쪽에선 굳게 손잡는 모양새다.

우선 부품공급 쪽에선 화기애애한 협력기류다. 스티브 잡스 추모식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다음 날인 17일 아침(현지시간) 팀 쿡 애플CEO를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에서 따로 만났다.

두 사람의 회동은 약 3시간 동안 계속됐다. 이 사장은 "타계한 잡스를 회고하며 지난 10년 간 이야기, 어려웠던 이야기, 양 사간에 좋은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내용들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정확한 세부 대화내용은 알 수 없지만, 이 사장은 부품협력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이 사장은 "부품 공급은 내년까지는 그대로 가고, 2013~4년은 어떻게 더 좋은 부품을 공급할 지 이야기를 나눴다"고 강조했다.

사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최대 부품공급자이고, 애플은 삼성전자 최대고객이다. 애플은 삼성전자에서 지난해 반도체와 프로세서 등을 6조1,600억원 어치나 사갔고, 올해는 구매규모가 9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사도 소니에서 애플로 바뀌게 됐다.

애플 입장에서도 삼성전자가 부품공급을 끊으면 아이폰4S와 아이패드2를 만들기 힘들다. 스마트기기의 두뇌격인 A4 프로세서(아이폰4)와 A5 프로세서(아이패드2ㆍ아이폰4S)는 모두 삼성전자에서 양산하고 있으며 핵심 저장장치인 낸드플래시도 삼성전자가 공급한다.

하지만 삼성-애플의 거래협력관계가 반드시 계속 지속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일단 내년까지는 기존 계약에 따라 부품공급이 이뤄지겠지만, 그 뒤는 알 수 없다. 이 사장이 언급한 2013~4년의 '좋은 부품 공급'도 계약체결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좋은 뜻이라고 보지만 당장 장기계약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애플은 부품 공급선 다변화 차원에서 여러 업체들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경우 하이닉스반도체와 일본 도시바 등이 생산하고 있으며, A4와 A5 프로세서의 경우 애플이 위탁생산처를 삼성전자에서 대만TSMC로 바꿀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다.

바로 이런 점에서 특허소송과 부품공급계약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지금 당장은 감정의 골이 패일 만큼 혈투를 벌이고 있지만, 결국엔 양 쪽 모두 특허소송을 부품공급계약의 지릿대로 삼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의 한 소식통은 "특허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쪽이 향후 부품가격협상도 유리하게 끌 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각 국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특허소송에서 통신기술을 무기로 삼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애플이 삼성전자 아닌 곳으로 부품공급선을 바꾸더라도, 통신기술특허는 계속 문제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애플은 부품공급처를 바꿀 경우 방패역할을 해 줄 프랜드(FRAND) 조항을 밀고 있다. 프랜드 조항은 특허료만 내면 누구도 공평하게 표준기술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특허소송에서 최대 쟁점이 된 프랜드 조항은 미국과 유럽에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4일 네델란드 헤이그 법원은 삼성전자의 통신기술특허를 인정하면서도, 삼성전자가 지난 1998년 프랜드 조항준수를 선언한 점을 이유로 들어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은 18일 프랜드 조항을 내세운 애플의 주장을 기각하며 삼성전자에 힘을 실어줬다.

지금까지 네덜란드 독일 호주에서 연패했던 삼성은 이번 미국법원 판결에 그만큼 고무된 분위기다. 1승을 거뒀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애플이 주장하는 프랜드조항이 '불변의 판례'가 아니란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랜드 조항에 대한 해석은 통신기술 특허의 수용여부와 직결된다"며 "초반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중요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통신기술특허를 계속 주장하는 한편, 여러 다른 특허들을 소송무기화해 중반전으로 접어든 특허전쟁을 유리하게 끌고 간다는 구상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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