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인천 문학구장.
0-1로 뒤지던 롯데는 8회 선두 타자 전준우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좌전 안타로 출루하며 기회를 잡았다. 타석엔 올시즌 3할5푼7리의 타율로 타격왕에 오른 이대호가 들어섰다. 초구부터 잔뜩 몸을 웅크린 이대호는 투심 패스트볼이 들어오자 호쾌하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러나 결과는 헛스윙. 이대호는 이후 연달아 세 개의 볼을 골라내며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었다. 한 점차 승부였기 때문에 이대호도 맞힌다는 생각 보다는 공 한 개를 더 보자는 마음가짐이었다.
그 때 생각지도 못한 커브가 들어왔다. 커브는 투수가 가장 컨트롤 하기 어려운 구종일뿐만 아니라, 제구가 되지 않을 경우 홈런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가장 큰 변화구다. 그러나 큰 무대 경험이 별로 없는 스물 여덟 살짜리 투수는 볼카운트 1-3에서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이대호도 롯데 벤치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볼배합. 머리가 복잡해진 이대호는 결국 7구째 투심 패스트볼을 그대로 지켜보며 스탠딩 삼진을 당했다.
작년까지 철저하게 무명이었던 박희수(SK)가 대한민국 최고 타자 이대호를 잡아내는 순간이었다. 박희수는 이날 7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지난 16일 1차전에서는 1과3분의1이닝 동안 1실점하며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은 최고 구속 146km의 직구와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등을 고르게 섞어 던지며 호투했다.
지난 2006년 SK에 입단한 박희수는 그 동안 2군에서 주로 생활했다. SK에는 정우람 전병두 고효준이라는 걸출한 좌투수 라인이 있었고 박희수가 설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올시즌 기회가 생겼다. 전병두가 팔꿈치 부상으로 1군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다. 고효준 역시 사령탑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며 박희수는 시즌 중반부터 필승 계투조로 투입됐다.
이만수 SK 감독 대행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박희수를 중용했다. 탈삼진 능력뿐만 아니라 완급 조절까지 가능한 박희수는 승부처 때마다 등판했다.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는 3이닝 3피안타 5탈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 3.00. 첫 가을잔치 등판임을 고려할 때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그리고 이날도 리그 최고 수준의 롯데 우타자들을 꽁꽁 틀어막고 팀에 귀중한 1승을 안겼다. 박희수가 등판한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SK는 4승1패를 올렸다. 이젠 막강 SK 불펜에서도 없어서는 안될 ‘필승 카드’가 된 셈이다.
경기 후 박희수는 “(이)대호 형에게 계속해서 투심 패스트볼을 유인구로 던졌는데 방망이가 나오지 않더라”며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순간 투심을 던지면 방망이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희수는 이어 “큰 경기이다 보니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 볼에 대한 자신감은 여전히 있다”며 “남은 경기에서도 자신 있는 승부로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하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SK는 3차전 MVP(상금 100만원)에 뽑힌 선발 송은범의 6이닝 3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호투와 박희수-정대현(9회 1이닝 무실점)으로 이어지는 철벽 계투를 앞세워 롯데를 3-0으로 꺾었다. 시리즈 전적 2승1패를 기록한 SK는 사상 첫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1승 만을 남겨뒀다.
양팀은 20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4차전을 펼친다. SK는 준플레이오프 4차전 히어로인 윤희상을, 롯데는 외국인 투수 부첵을 각각 선발로 투입한다.
인천=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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