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전문 요양병원에 노인을 위한 기본적인 응급ㆍ안전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한데 그 이유 중 하나가 규제개혁위원회의 잘못된 시설규정 때문이라니(한국일보 19일자 10면) 어이가 없다. 이런 규정이 요양병원의 난립을 부추기는 데다 새로 생기는 병원일수록 시설의 질이 더욱 떨어진다고 한다. 불필요한 행정규제를 최소화한다는 규제개혁을 사용주가 편한 대로 해도 된다는 취지로 여기는 듯하다.
치매 중풍 등으로 장기 요양이 필요한 65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요양병원은 특수한 시설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복지부가 2009년 11월 요양병원의 시설규정을 강화하는 쪽으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예고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불편함이 없도록 편의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돼 있는 규정을 강화하고 구체화하여 휠체어 이동공간 확보, 응급호출시스템 구비, 통행로 주변 안전손잡이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신규 병원은 물론 기존 병원도 1년 내에 이를 완비토록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규제개혁위원회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의사 인력요건 등만 반영하고 시설규정은 빠뜨린 채 최종안을 확정해 버렸다.
그 결과는 금세 나타났다. 지난달 발표된 요양병원 평가에 따르면 응급ㆍ안전시설이 미흡한 병원이 한두 곳이 아닌 데다 신규 요양병원의 경우 절반 가까이가 기준에 미흡한 4~5등급을 받았다. 의료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병원도 많았다. 수익 증대가 주목적인 요양병원이 마구 설립돼 인구당 병상 수가 프랑스 일본보다 월등히 많고, 환자수와 진료비(건강보험)도 급증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요양병원이 이권사업으로 변질되다 보니 운영에서 하청을 주거나 대리인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고, 시설 부족과 서비스 저하로 입원 환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고의적인 환자 학대와 관리 소홀로 인한 사고까지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시설기준을 강화하도록 다시 노력하고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 바로잡아야 한다. 요양병원 전반에 대한 관리 감독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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