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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트리 오브 라이프' 상처투성이 삶에도 사랑이 있다면…살아 볼 가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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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트리 오브 라이프' 상처투성이 삶에도 사랑이 있다면…살아 볼 가치 있지 않은가

입력
2011.10.19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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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렌스 말릭의 별명은 '영상 철학자'다.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철학박사 과정을 밟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했다. 철학이라는 아우라에 둘러싸인 감독답게 그는 표피적인 영화들과는 거리가 멀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신작 '트리 오브 라이프'는 그의 전작들보다 더 난해하고 접근하기 쉽지 않다.

영화는 두 줄기의 이미지가 엮이며 하나의 메시지를 빚어낸다. 우주와 지구의 생성 모습 등 대자연이 영화의 한 축을 이룬다면 1950년대 미국 텍사스의 한 가족의 사연이 또 다른 축을 맡는다. 뜨악하게 느껴질 정도로 동떨어진 두 개의 축은 서로를 반영하며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한다. 지구의 모든 생명들이 살아온 모습을 한 가족의 삶에 포개며 자연의 생성과 작동 원리의 보편성을 전한다. 대자연의 강렬한 이미지들은 소소하기만 한 가정사를 보완하며 길고 진한 여운을 빚어내기도 한다.

아마 관객들은 영화 속 서사를 이루는 오브라이언 가족의 삶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부모와 세 아들로 이뤄진 이 가족은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을 대변한다.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엄격하면서도 부정을 잃지 않는 아버지(브래드 피트), 무한한 사랑으로 아이들을 감싸는 어머니(제시카 채스테인), 가부장적인 아버지에 반항하고 폭력적 성향을 보이는 첫째 아들, 아들들의 어머니를 향한 사랑, 천진난만한 형제들의 때묻지 않은 우애 등 별스럽지 않은, 그러나 그들에겐 특별하기만 한 일상이 이어진다.

렌즈에 부딪치는 햇빛과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박자를 맞추듯 흔들리는 카메라가 낡은 사진첩 같은 추억을 불러낸다. 일자리를 잃은 아버지가 어깨를 늘어뜨린 채 큰 아들에게 "강하게 키우고 싶어 험하게 했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장면에선 코끝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살며 사랑하고 고통 받은 등장인물들의 삶의 한때가 아련하고 애절하면서도 따스하다.

영화 초반부터 낮은 목소리의 독백이 이어진다. "당신은 어떤 존재입니까" "대답해주세요"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사랑" 등의 대사가 관객에게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사랑이 있고, 연민이 있고, 추억이 있는 생명이라면 제 아무리 서글프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지속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않냐고 영화는 말하는 듯하다. 막바지에 "지켜주소서"라며 기도하듯 읊조리는 독백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화두다. 한때 풍요로운 생태계를 이룩했던 공룡들이 소행성과의 충돌로 절멸했던 것과 같은 불행이 이 아름다운 지구에 다시 닥치지 않기를, 지구에서의 삶에 모두들 감사하고 사랑하며 살기를 영화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소망한다. 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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