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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연봉, 삼성전자보다 더주는 중소 IT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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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연봉, 삼성전자보다 더주는 중소 IT기업

입력
2011.10.1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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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인재들은 우리 회사에 오십시오. 연봉은 4,000만원입니다."

"

한 중소 IT기업이 이런 대졸 신입사원 모집공고를 냈다.

이 회사의 원래 대졸 초임은 여느 중소기업들과 비슷한 2,000만원대 초반. 갑자기 사업에서 대박을 터뜨린 것도 아니고, 실리콘밸리의 최고인재를 영입하는 것도 아닌데,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길래 신입직원 연봉을 두 배로 올릴 수 밖에 없었던 걸까.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원더풀소프트는 스마트폰이나 태블핏PC의 응용프로그램(앱)을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드는 모바일소프트웨어 솔루션업체. 미국 일본 한국 등에서 특허만 30여개를 확보하고 있고 세계적 원천기술도 가진, 탄탄한 중소IT기업이다.

하지만 이 회사엔 큰 고민이 있다. 바로 인력난. 일단 소프트웨어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조차 "마땅한 국내 소프트인력을 구할 수 없어 인도나 동남아에서 찾는 실정"(12일 삼성사장단 회의)이라고 말할 정도이니, 중소기업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나마 입사한 직원들도 툭하면 회사를 그만 둔다. "최종 합격자 중 60~70%는 정식입사도 하기 전에 사표를 냅니다. 입사를 해도 한 달도 못돼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아요. 중소기업은 대기업 입사를 못할까 봐 일단 응시하는 '취업보험'인식이 강해 대기업으로 갈 수 있는 길만 열리면 회사를 그만 두죠." 이 회사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입사 후 툭하면 병가를 내던 직원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대기업 면접 때문이었더군요. 중소기업으로서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입직원 이탈이 많다 보니 이 회사는 전체 60명 직원 가운데 평사원급은 한자릿수인 기형적 인력구조를 갖게 됐다.

이 회사는 결국 연봉 2배 인상이라는 극약처방을 써야 했다. 4,000만원이면 우리나라 대기업 대졸 평균초임(3,3000만원)보다도 많고 삼성전자보다도 많은 액수다.

문제는 다른 직원들에 대한 처우였다. 그렇다고 중소기업 형편에 모든 임직원 급여를 한꺼번에 2배로 올릴 수는 없는 일. 논의 끝에 결국 신입사원만 우선 올리고 나머지 직원들은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우수인재를 잡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모두가 한발씩 양보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IT산업이 소프트웨어 위주로 재편돼 모두가 '소프트경쟁력'강화를 외치지만, 일단 인력 자체가 절대부족하고 그나마 대기업으로만 쏠리는 게 지금의 현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팀장급이 대기업으로 옮겨가 대리가 팀장을 맡는 기이한 현상이 중소기업에는 비일비재하다"면서 "소프트웨어에선 가장 중요한 게 대-중소기업간 생태계인데 지금은 그 고리가 끊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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