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5월 결혼한 정용진(43) 신세계 부회장과 플루티스트 한지희(31)씨 부부의 상견례 장면 등을 몰래 촬영, 보도한 인터넷 언론사에게 1,000만원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명예훼손과 초상권 침해가 아니라 공인에 대한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언론사에 배상 판결이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노만경)는 정 부회장 부부가 "양가 가족의 상견례 행사와 결혼 계획 등 사적인 사항에 관한 보도를 해 사생활을 침해했다"며 인터넷언론 D사와 소속기자를 상대로 낸 1억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정 부회장에게 500만원, 부인 한씨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정 부회장 부부는 지난 4월 서울 중구 모 호텔에서 양가 상견례를 올렸고 D사 취재진은 호텔 인근에서 대기하다 정 부회장 부부의 사진을 몰래 촬영해 보도했다. 또 이들의 결혼 일정과 현장에서 정 부회장 부부가 나눈 대화 등을 상세히 설명한 기사를 내보냈다.
정 부회장 측은 "사적인 생활 장면을 무단으로 촬영했으며 (기사도) 대화를 몰래 엿들어서 인용한 내용이 포함돼 있으므로 취재 방법 또한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지난 5월 소송을 제기했다. D사는 "사생활 침해 내용이 없을뿐더러 정 부회장은 공인에 속하므로 공중의 정당한 관심 대상에 관한 보도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정 부회장이 '공적 인물'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일반 대중에 드러내길 원치 않는 자신들의 사적 대화 등을 엿듣고, 데이트 현장 등을 몰래 촬영해 보도한 것은 사생활을 침해한 것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결혼에 관한 내용, 이혼경력, (한씨의) 본명 등은 이미 알려진 내용으로 정 부회장의 지위와 영향력을 고려할 때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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