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덕 국민은행장이 18일 "현금자동입출금(ATM)기나 인터넷뱅킹 등 개인 고객 수수료를 대폭 낮추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탐욕'에 대해 국내에서도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시중은행장이 수수료 인하 방침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용카드사들의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 발표에 이어 은행권도 수수료 인하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을 밝힌 셈이다. 민 행장은 또 "지난해 대규모 희망퇴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은행 직원 수가 타행보다 많다"며 향후 지속적으로 인원을 줄여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민 행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점 집무실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수수료 인하를 놓고 금융당국 및 타 은행들과 협의를 하고 있다"며 "아직 세부 인하 방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현재보다 대폭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인하 대상으로 ▦ATM기 이용 수수료 ▦인터넷뱅킹 수수료 ▦타행이체를 비롯한 창구 이용 수수료 등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은행권 수수료와 관련) 불합리한 부분은 개선하도록 은행들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민 행장은 다만 "현재 국내 은행의 수수료가 외국에 비해 그다지 높지는 않으며 예대마진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며 "가뜩이나 국내 금융이 낙후됐는데 규제 강화로 은행이 더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 감소를 메워줄 돌파구로 투자은행(IB) 업무강화 및 해외 투자 확대를 꼽았다. 그는 "국내에서는 기업들의 플랜트 사업 주간사를 맡아 수수료 수입을 확대하는 등 IB 업무를 강화하고, 해외에서는 현지화 거래를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에 부응해 서민금융과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최근 인천 송도에서 'KB굿잡 중견ㆍ중소기업 취업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출신 학생들을 중소기업에 연결해주고 이들에게는 대출금리를 인하해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은행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말 3,000명이 넘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국민은행의 임직원 수(9월말 현재 2만1,851명)가 다른 은행들에 비해 많다"는 것이 민 행장의 판단이다. 그는 "창구를 찾는 고객들이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에 작년 같은 대규모 희망퇴직은 아니라도 자연적인 인력 감소에 따른 인력의 효율적인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임박 등 점차 치열해지는 은행간 경쟁에 대해서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경쟁자가 많아지면 그만큼 더 바짝 고삐를 죌 수 있다"며 "전투력과 팀워크가 강한 국민은행의 독특한 조직문화를 믿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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