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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박근혜·안철수의 안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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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박근혜·안철수의 안개 메시지

입력
2011.10.1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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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선거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뚜렷한 정책 쟁점이 없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때만 해도 무상급식, 복지, 한강르네상스사업 등 이슈들이 즐비했다. 이번에는 네거티브 캠페인을 둘러싼 포격전만 가열되고 있다.

선거 풍속도가 달리진 이유는 무엇일까. 메시지 정치보다는 이미지 정치에 더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는 차별화된 정책을 거의 내놓지 않았다. 대신 미소를 짓고 유권자들의 손을 잡으면서 '따뜻한 경원씨' '친절한 원순씨'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주력했을 뿐이다.

정책 쟁점 없는 서울시장 보선

정치 노선과 정책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은 책임정치가 아니다. 책임정치 실종은 정당의 위기에서 비롯됐다. 나 후보는 확산되는 반여(反與) 정서와 충돌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전면 무상급식 반대 등 한나라당의 기존 정책에서 한 발 물러섰다. 시민단체 출신의 박 후보도 중도층에 파고들기 위해 야권의 정책이나 노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두 후보만 그런 게 아니다. 이들을 돕는 유력 대선 주자들의 메시지도 애매모호하다. 우선 안풍(安風)을 몰고 온 주인공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태도가 분명하지 않다. 안 원장은 지난달 초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함으로써 오늘의 박원순 후보를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안 원장은 그 뒤 두어 차례 박 후보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아직까지 선거 지원을 위해 신발끈을 맨다는 얘기는 없다. 공식적 지지 선언도 없었다. 그는 "박 후보를 도울 것이냐"는 질문에 뉘앙스가 다른 답변들을 해왔을 뿐이다. 처음에는 "(지원 요청이 오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고 답변했다가, 중간에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한 발 물러서더니 최근엔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선거 종반전에 들어서자 야권은 안 원장의 등장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희망정치 구원투수 안철수 원장, 이제는 등판할 때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안 원장이 막판에 등판할지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그간의 언행으로 볼 때 안 원장이 박 후보 지원에 나서더라도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메시지를 던지면서 지지를 호소할 가능성은 적다. 안 원장은 박 후보에게 시장 후보를 양보할 때도 "박 변호사는 서울시장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수 있는 아름답고 훌륭한 분"이라고 치켜세웠을 뿐 다른 정치적∙정책적 배경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화법도 별 차이가 없다. 박 전 대표는 당초 예상과 달리 서울을 누비고 다니면서 강행군을 하고 있으나 나 후보를 돕는 이유를 조목조목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나 후보의 '경쟁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장애아동을 위해 힘썼던 따뜻한 마음이 있는데, 서울시정도 그런 따뜻한 마음으로 이끌 것"이라고 대답했을 뿐이다. 그는 서울시민들의 손을 잡거나 나 후보와 함께 사진을 찍는 방식으로 선거를 돕고 있다. 메시지가 아닌 이미지를 통한 지원 사격이다.

분명한 메시지로 평가받아야

박 전 대표는 4년 만에 여당 선거 지원에 나선 배경으로 '한국 정치의 위기'를 거론했으나 구체적인 위기 해법을 내놓지는 않았다. 나 후보 승리와 정치 위기 해소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리를 제시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나 안 원장 모두 '안개 화법'으로 서울시장 보선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에선 서울시장 보선을 박 전 대표와 안 원장의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주장이 희미한 것을 보면 전면적인 대리전은 아닌 것 같다. 기왕 이렇게 됐으니 두 사람 모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각각 나 후보와 박 후보를 지원했으면 한다. 그런 뒤에 서울시장 보선 승패에 따라 자신의 실력을 냉정하게 평가 받아야 한다. 이런 움직임 하나하나가 대선 주자 검증 과정이 될 수 있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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