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의 대표 브랜드 '쉐보레'가 올해로 100년을 맞았다. 나비 넥타이(Bow-tie) 모양의 엠블렘이 대표하는 쉐보레 이름으로 지금까지 팔린 자동차 수만 약 2억대.
1911년 스위스 출신의 인기 레이서 루이스 쉐보레는 윌리엄 듀란트 GM의 설립자와 함께 '쉐보레 자동차 회사'를 세우고, 이듬해 첫 차 '클래식 식스'를 생산했다. 쉐보레는 1927년 2.8ℓ엔진을 얹은 '490'모델로 100만대 판매 기록을 세우며, 경쟁자 포드를 제쳤다. 지난해도 130개이상 국가에서 426만대, 7.4초당 1대 꼴로 팔린 쉐보레는 전 세계 5대 자동차 브랜드(쉐보레, 도요타, 폴크스바겐, 포드, 현대) 중 유일하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상승했을 만큼 여전히 건재하다.
경차부터, 대형세단, 고급 스포츠카, 픽업 트럭, 스포츠유틸리티(SUV), 밴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라인 업을 갖추고 있는 것이 강점으로 평가 받고 있다. 메리 바라 GM 제품개발 총괄 부사장은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 왔기 때문에 지금도 변함 없이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인근 GM 밀포드자동차주행시험장(MPG)에서 쉐보레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전 세계에서 온 200여 기자들과 함께 1960년대~ 1970년대를 주름잡았던 쉐보레의 대표 차와 현재 쉐보레의 대표 차들을 직접 타본 것.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빨간색 1960년형 스포츠카 '콜벳'. 1953년 '운전이 즐거운 차'라는 모토로 섬유 유리 소재로 차체를 만들고, 파격 디자인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그 차다. 이번 행사를 위해 GM 헤리티지센터 박물관에 있다가 잠시 외출을 나온 까닭에 운전은 전문 드라이버의 몫이었다.
'우웅'하는 굉음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조수석 자리에서도 작은 몸의 떨림을 느낄 때는 50년 된 '노익장'의 연륜이 전해지는 듯 했다. 파란색 임팔라 컨버터블도 빼놓을 수 없었다. 1958년 등장 이후 가장 인기 있는 풀 사이즈 자동차라 불리며 1972년 1,000만 대 판매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들이 GM의 과거였다면 37대 판매로 쉐보레의 베스트 셀링카에 오른 준중형 크루즈와 각각 14만대, 18만대가 팔린 경차 스파크, 소형차 아베오(미국명 소닉)는 현재의 쉐보레를 대표한다. 이들은 특히 한국에서 만들어져 전 세계에 판매되고 있는데,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파산 직전까지 갔던 GM의 부활을 이끈 보물 같은 존재이다.
이날 가장 많은 인기를 끈 것은 GM의 첫 양산형 전기차 '볼트'. 쉐보레의 미래를 이끌 차로 꼽히는 볼트를 타기 위해 참가자들이 눈치 작전을 벌일 정도였다. 2007년 첫선을 보인 볼트는 64㎞는 배터리로 달리고 이후에는 1.4ℓ 급 가솔린 엔진이 모터를 돌려 움직인다. 때문에 전기차의 한계로 꼽히는 배터리 용량 문제를 해결, 1회 주유ㆍ충전 때 610㎞까지 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양산을 시작해 현재 미국 전역에서 판매되고 있다. 다음달 3일에는 전기차의 본고장 유럽에 오펠의 '암페라'라는 이름으로 데뷔한다. 특히 볼트는 LG화학에서 만든 리튬 이온 배터리 셀 228개(무게 216㎏)를 실은 차라는 점에서 남다른 느낌이 들었다. 올해는 1만2,000대를 생산하고 내년부터는 생산량을 4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볼트의 겉모습에서는 부드러움과 힘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 하기 위한 곡선형 몸매가 편안함을 주면서도 쉐보레 디자인의 상징 '휠 아웃-바디 인(휠이 차 몸체 밖으로 튀어나온 모습)'이 역동적이었다.
시동을 걸고 운전을 하는 동안 차에서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타이어가 바닥과 부딪히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페달을 밟고 난 후 앞으로 쭉쭉 나가는 느낌이 들었고, 멈춘 상태서 10초를 조금 넘기자 시속 100㎞에 도달하는 가속력은 1.6 ℓ급 준중형차에 버금갔다. 물론 4만달러(약 4,600만원)라는 가격은 부담이다. 볼트를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GM은 첫 순수 전기차 '쉐보레 스파크'를 2013년부터 생산한다고 12일 밝혔다. 또 역시 전기차가 될 2인승 차세대 컨셉트카 'EN-V'도 공개했다.
한국에서 평소 타보기 힘든 픽업트럭 실버라도, 대형 SUV 서버번의 운전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버스처럼 운전석의 우람한 겉모습이 다소 낯설었지만 가속 페달을 밟자 너무 부드럽게 달려 나갔다. 중형 승용차를 탄 것 같은 편안함에 속도도 시속 150㎞까지 어렵지 않게 올라갔다. 특히 이들 차도 하이브리드여서 '연비 향상'이라는 지상 과제는 대형차도 피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디트로이트(미 미시간주)=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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