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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안전손잡이 하나 없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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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안전손잡이 하나 없어도 괜찮다?

입력
2011.10.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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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전문요양병원에 응급호출기와 안전손잡이 등의 설치를 의무화하려던 정부 방침이 지난해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되는 바람에 환자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조차 갖추지 못한 요양병원들이 난립해도 막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복지부는 2009년 11월 요양병원의 시설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다. 이 방안에는 '복도ㆍ화장실ㆍ병실ㆍ승강기 등에는 휠체어가 이동 가능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병실, 화장실 입구 등에는 바닥의 턱이 없어야 하며 병상, 변기, 욕조 주변에 응급호출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 '바닥전체를 미끄럼방지 재질로 처리해야 하며 계단 양쪽, 변기주변, 욕조 주변, 복도 양면 등에는 안전손잡이를 설치해야 한다' '2층 이상의 건물인 경우 환자의 이동이 가능하도록 승강기(또는 경사로)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신규 요양병원은 이런 시설을 갖춰야 허가되고, 기존 병원은 1년 안에 갖추도록 했다. 그러나 규제위의 심의 과정에서 의사 인력 요건 등 일부 내용만 최종안에 반영되고, 이런 시설규정은 빠진 채 지난해 1월 개정이 이뤄졌다.

'노인전문병원'으로 지칭되는 요양병원은 치매, 뇌경색, 고혈압, 당뇨병 등의 후유증으로 장기간 요양이 필요한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데 국내에서는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환자 학대, 브로커가 개입한 '환자 사고 팔기' 실태가 고발되기도 했다.

현재 규정에도 '요양병원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장기간 입원에 불편함이 없도록 식당, 휴게실, 욕실 및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돼있지만 구체적인 시설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기초시설도 갖추지 않은 곳이 즐비하다. 심평원이 지난달 발표한 요양병원 평가 결과에 따르면, 응급호출벨이 전혀 없는 기관이 15.6%(122개), 바닥의 턱이 전부 남아 있는 기관이 39개(5%), 안전손잡이가 전혀 없는 기관이 38개(4.9%)였다. 심지어 산소공급장비, 심전도 모니터가 한 대도 없는 요양병원도 있었다. 전체의 28%만이 1~2등급을 받았고, 올해 처음 평가를 받은 신규기관 171개 중 43.9%는 4~5등급을 받는 데 그쳤다. 시설기준이 없다 보니 신규기관일수록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65세 노인인구는 1.3배 늘었지만, 요양병원 환자수는 7배 증가했고, 진료비는 17배 증가해 요양병원에 지급하는 건강보험 진료비가 지난해 2조원을 넘어섰다. 65세 인구 1,000명당 국내 요양병원 병상은 19.1개에 이르는데, 노령화가 극심한 일본조차 13.2병상, 프랑스는 6.6병상에 불과하다.

복지부가 2008년 일별 정액수가(진료비)제를 도입하고, 2009년에는 시설기준 강화에 나선 것도 이같은 요양병원 난립 막기 위한 것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설기준 강화방안이 좌절되면서 수가조정을 통한 사후 평가와 유인책밖에 없어서 (난립 문제를)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도 MRI, CT 등의 별도수가를 정액수가에 포괄하는 방안 등의 수가조정 대책을 추가로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요양병원 수가는 각종 경우의 수에 따라 6,243개에 이를 정도로 분화해서 수가 조정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실정이다. 요양병원 환자는 '의료최고도'등급부터 '신체기능저하군'까지 7개로 분류되는데, 이미 1박 입원수가가 최저 2,870원에서 최고 6만7,580원으로 차등화돼 있다. 의사수, 간호사수 등의 기관별 가중치까지 포함된 결과다. 규제위 관계자는 "담당자가 바뀌어서 당시 정확히 어떤 이유로 시설기준을 제외시켰는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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