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도와주새요(Pleas hellp)."
조악한 문장의 이메일 한 통이 6월 미국 국무부에 도착했다. 미 정부가 개발도상국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대학생 문화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한 몰도바 대학생 투도르 우레체(22)의 편지였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미국서 넓힌 견문을 바탕으로 훗날 고국에서 활약할 제3세계의 인재들이 미국 시골에 처박혀 최악의 조건에서 밤샘 근로를 하는 공장노동자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50년간 개발도상국 학생들에게 미국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기여한 이 프로그램이 최근 국무부의 관리 소홀로 저임금 노동자를 편법으로 들여오는 창구로 변질됐다고 보도했다.
1961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참가 학생이 4개월 동안 일해 번 돈으로 미국을 여행하며 견문을 넓힐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프로그램의 취지와 너무 달랐다. 우레체를 비롯한 학생들은 미국인을 만나 어학 실력을 쌓거나 선진 문물을 접하는 대신 펜실베이니아주 팔미라의 허쉬 초콜릿 공장에 갇혀 일만 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조립라인에 맞춰 27㎏짜리 상자를 운반하느라 녹초가 됐다. 미국 노동자들과 격리돼 일하는 바람에 영어로 대화하거나 미국인을 만날 기회도 얻지 못했다.
노동 착취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은 시급 8달러를 받았는데 이마저도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재단 측이 교통비ㆍ집세ㆍ보험료 등의 명목으로 떼어가 남은 돈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재단 측은 학생들에게 "이 사실을 정부에 알리면 비자가 취소될 것"이라는 협박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허쉬 공장에서 일한 코스타리카 대학생은 "내 인생 최악의 순간이었다"며 "일이 너무 힘들어 공장 온도가 15도 미만이었음에도 땀을 뻘뻘 흘렸다"고 회상했다. "나중에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재단 측 설명을 듣고 항공료 등 명목으로 4,000달러를 선불로 냈던 그는 열심히 일하고도 빚을 지고 말았다. 당연히 미국 여행은 못한 채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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