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성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개막한 국제우주항공ㆍ방위산업전시회(ADEX)가 주최측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산무기 수출과 국내업체 홍보는 뒷전이고, 돈을 많이 낸 외국업체에게 전시 공간을 점령당한 모습이다.
행사장에는 가로 40m, 세로 70m 규모의 전시장 가건물 7개 동이 있다. 주최측은 이 공간을 1㎡당 550~580달러(약 60만원)에 업체에 임대하고 있다. 1개 동의 수입은 25억~28억원으로, 임대수익만 총 180억여원에 달한다. 전시장 밖에도 별도 건물을 세워 업체당 2억원씩 받고 있다. ADEX에는 31개국, 310여개 업체가 참여했다.
행사는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항우협),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공동 주최하지만 임대수익은 모두 항우협에 귀속된다. 항우협은 지식경제부 산하 민간단체다.
국방부는 항우협에 행사장인 활주로를 무료로 제공했다. 또한 외국의 군 고위관계자들을 초청하느라 수십억원을 부담했다. 하지만 주최측에서는 빠져있다.
과거 에어쇼 때는 공군이 민간과 공동주최했지만, 2007년 에어쇼와 지상장비 전시를 결합한 ADEX로 바뀌면서 민간이 전면에 나서고 국방부와 각군은 지원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방산수출을 촉진하기 위해서라지만 군에 대한 불신도 어느 정도 깔려있다"고 말했다.
물론 일정부분 성과는 있다. ADEX 기간 중 계약수주 규모는 2007년 2억 달러, 2009년 3억4,000만 달러로 늘었다. 올해는 5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ADEX가 2년마다 열리다 보니 국방부에는 ADEX를 담당하는 상설부서조차 없다. 매번 항우협에 주도권을 뺏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상당수 다른 나라들은 정부차원의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국방부가 행사를 주관한다.
군 관계자는 "과거 ADEX 행사가 끝난 후 결산보고를 수 차례 요구했지만 항우협은 국방부 소속이 아니라며 거부했다"면서 "그 많은 수입을 다 어디에 썼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최측이 이익만 추구하다 보니 볼썽사나운 장면도 목격됐다. 이날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개막식 행사에 참석한 외국 귀빈 90여명과 점심을 먹었는데, 오찬장 내부에는 앞뒤로 미국 레이시온사와 보잉사의 로고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각국의 정책결정자들에게 국내 업체를 홍보할 좋은 기회였지만 살리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17일 언론인 대상 공개행사에서는 도시락에 미 노드롭그루먼 로고가 박혀 있어 참석자들이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이게 미국 전시회지 한국에서 여는 행사냐"며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돈을 쏟아 부은 외국기업에게만 혜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항우협 관계자는 "국내업체라고 해서 외국업체보다 낮은 가격에 홍보기회를 줄 수는 없다"며 "우리는 지경부 소속이라 결산내역을 국방부에 보고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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