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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회적 기업이다/ (하) 사회적 기업을 제대로 키우려면…외국 전문가 조언

입력
2011.10.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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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익 모델 있어야 공익성 지속… 지원기관 밀착 컨설팅 중요"

영국은 전세계에서 사회적 기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다. 20여년 전부터 정부가 사회적 기업을 육성, 현재 6만여개의 사회적 기업이 전체 고용의 5%를 담당할 정도다. 반면 태국은 불과 2년 전부터 사회적 기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후발국이다.

영국의 사회적 기업 지원기관인 '레드 오커(Red Ochre)'의 우다이 태커(57) 상임이사와 태국 '체인지 퓨전(Change Fusion)'의 수닛 쉬레스타(31) 대표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각각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회적 기업의 교육, 컨설팅, 재정, 마케팅 등을 전문적으로 지원해주는 사회적 기업이나 재단 등이 있어야 사회적 기업이 수익 구조를 갖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 또 수익성이 있을 때 사회적 기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공익성도 실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기업도 효율성이 필수

태커 이사는 20여년 동안 회계사와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일했다. 대기업부터 비정부기구(NGO)까지 다양한 조직을 평가, 컨설팅하던 그는 NGO 등 비영리기관의 사업 효율성이 일반 기업보다 15~20년 정도 뒤쳐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가 처음 낸 아이디어는 대기업의 사회공헌사업(CSR)과, 기부가 필요한 소규모 자선단체를 연결시키는 것. 1998년 6,000여개 자선단체와 영국 내 대기업 23개의 직원들을 이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쉽게 자선단체의 정보를 얻고 소액을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태커 이사는 "창의적인 CSR 방법을 찾던 대기업은 효율적으로 기부를 할 수 있고, 자선단체들은 쉽게 기부를 받을 수 있어 사업이 크게 성공했다"며 "대기업에서 받는 중개료와 매달 대기업에 제공하는 CSR 보고서를 통해 수익을 냈다"고 밝혔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02년 세운 것이 사회적 기업이면서 다른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레드 오커'. 자신의 오랜 컨설팅 능력을 활용해 사회적 기업을 교육하고 컨설팅하는 기업이다. 컨설팅 비용은 일반 컨설팅 회사의 5분의 1밖에 안 되는 50파운드(한화 약 9만원). 작은 지역사회에서는 무료 워크숍을 연다. 레드 오커의 전 직원은 하루 근무 시간의 20%를 무조건 사회적 기업가들에 대한 무료 상담이나 컨설팅에 써야 한다. 그는 레드 오커를 "스스로 변화를 만들면서 변화를 지원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지금까지 레드 오커가 컨설팅해준 사회적 기업만 900여개. 그가 컨설팅한 기업 중 빈민가의 초중고교에 가서 학생들에게 경제 교육을 해주는 사회적 기업 '마이 뱅크(My Bank)'는 런던 남부에서 시작해 지금은 영국 전역으로 퍼져나가기도 했다. 태커 이사는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가치와 영향력을 만들어 내려면 반드시 탄탄한 수익사업 모델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스스로 수익 구조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실현할지는 잘 모른다"며 "시장과 사회적 기업 사이에서 사회적 기업을 교육하고 컨설팅해주는 중간 지원기관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 키우는 '커플 매니저'

쉬레스타 대표는 자신이 세운 사회적 기업 '체인지 퓨전'을 일종의 '커플 매니저'라고 소개했다. 투자자와 사회적 기업을 연결해주거나, 서로 다른 기능과 능력을 가진 사회적 기업들을 서로 연계해주는 게 주로 하는 일이다.

예컨대 최근 태국의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한 건강정보 애플리케이션 '닥터미(DoctorMe)'의 경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오픈드림'이라는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의학재단인 폭스닥터재단(Folk's Doctor Foundation)의 합작품이다. 오픈드림의 기술과 폭스닥터재단이 제공하는 신뢰도 높은 의학 정보로 만들어진 이 앱은 올바른 건강 정보를 얻기 힘들었던 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태국 최초의 웹기반 질병 감시시스템인 '지오샷(Geo Chat)' 역시 체인지 퓨전이 구글재단, 비영리기구, 사회적 기업, 정부의 전염병 관리기구 등 다양한 주체를 연계해 개발했다.

체인지 퓨전은 이처럼 유무형의 자원을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고 이 과정에서 받는 수수료로 수익을 얻는다. 쉬레스타 대표는 "투자나 사업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기업의 잠재성과 성장 가능성을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며 "혁신, 수익, 사회적 영향력 등 3가지 기준으로 사회적 기업을 평가하고 우리는 중간 보증인으로서 투자자나 다른 사회적 기업에게 해당 기업이 믿을 만하다는 것을 보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사업이 시작된 뒤에도 기업 규모나 영향력 등을 기준으로 사맛?기업을 4단계로 분류해 맞춤형으로 지원한다"며 "이처럼 종합적이고 장기적으로 지원해주는 기관이 많아야 사회적 기업들이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 "자생 가능한 생태계 만들어주자" 300여명 열띤 토론

"베트남에 여행사가 많은데 어떻게 친환경 공정여행 사회적 기업인 '에코라이프'가 성공할 수 있었나요?"

"한국 사회적 기업은 판로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영국과 홍콩의 기업은 어떤가요?"

18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에서 열린 '2011 국제 사회적 기업이 컨퍼런스'에는 300여명의 사회적 기업이, 사회적 기업 창업 지망생, 대학생, 사회활동가들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가자들의 관심은 역시 컨퍼런스 주제인 사회적 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법에 집중됐다. 영국의 사회적 투자펀드 '클란 크레도(Clann Credo)'의 짐 보일 금융수석은 "우리는 프로젝트와 사회적 기업가에 대해 의미와 전망이 있다고 생각하면 경제적 리스크가 있어도 투자를 한다"며 "사회적 기업에서는 사람에 대한 평가가 중요한 투자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행을 맡은 라준영 카톨릭대 교수는 "재정 마케팅 컨설팅 등 각 분야에서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지원기관이 사회적 기업 생태계의 촉매제가 된다"며 "정부나 민간 재단은 이러한 지원기관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영국에는 이러한 지원기관이 104개나 되지만 국내에는 제대로 된 지원기관이 없는 실정이다.

사회적 기업 생태계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기업을 일구는 사회적 기업가. 변형석 '트레블러스맵' 대표는 사회적 기업가를 "사회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가능한 모든 자원을 모아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이라고 정의해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또 강성태 '공신닷컴' 대표는 "사회적 기업가의 정신은 행복"이라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적은 있어도 단 하루도 내일이 기대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연사들의 발표가 끝난 후에도 1시간 넘게 진지하게 토론을 이어갔다. 그래픽디자인 관련 사회적 기업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송지원(29)씨는 "각기 다른 나라의 사회적 기업 현황을 골고루 파악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그래픽 디자인 분야는 그 자체로 수익모델을 개발하기 어려우니 수익사업과 공익사업 두 가지를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은 점도 매우 유익했다"고 말했다.

중앙대 경제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정다운(20)씨는 "경제학과에서는 오로지 이윤을 창출하는 방법에 대해서만 배웠는데 사회적 기업은 이윤 창출도 하지만 사회를 위해 투자한다는 점이 정말 참신했다"며 "사회적 기업 창업보다는 지원기관에서 일하며 사회적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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